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등장한이래 존재가 희미하게 보이던 민주당이 점차 야당의 기세를 회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들어 대구,춘천의 보궐선거 날짜 결정을 두고 과잉대응함으로써 자충수를 두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야당의 존재를 알리는데는 한몫한 셈이다. 12·12사건과 율곡사업,평화의 댐 건설 등을 국회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여당을 국정조사권 발동에 응하도록 끌어들인 것도 야당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28일 외신기자클럽에서 핵문제에 대해 정부와 다른 독자적인 견해를 밝힌 것도 야당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느니,남북한이 함께 공동으로 핵재처리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느니,남북한과 미국의 3자협상을 희망한다느니 하는 발언은 정말 생소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 발언들은 신선감을 준다.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리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차별 비핵화선언에 대해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중요한 안보외교 문제에 대해 야당이 독자의 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이 대표의 핵관계 발언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권위주의와 냉전시대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이데올로기 때문에 정부의 공식 태도와 다른 소리를 내면 자칫 오해를 받고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화해와 문민시대에서는 다양한 시각의 견해가 나오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문제는 그런 견해들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있게 분석한 결과로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핵관계 발언은 또 국제화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보더라도 시의성이 있다. 밤낮없이 주류니 비주류니 하면서 내분이나 일삼고 원색적인 용어로 여당을 공격하는 질낮은 야당의 정치쇼에 비하면 한결 신선하다. 야당이 이런 미개척 분야를 개발한다면 새로운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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