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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과 보잉기(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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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과 보잉기(장명수칼럼)

입력
199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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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사반이 밝힌 아시아나 보잉737기의 추락과정,그리고 사고위험이 가득한 지방공항의 실태를 신문에서 읽으며 우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낀다. 우리 사회가 일상화한 무리·편법·모험·적당주의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었지만,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뤄왔다는 것은 새삼 충격을 준다.26일 하오 2시37분 승객과 승무원 1백10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떠나 목포로 가다가 전남 해남군 화원면에서 추락하여 66명을 숨지게 한 아시아나 여객기는 악천후속에 무리하게 착륙하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비행기는 3시20분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다가 실패했고 2차·3차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3시50분께 운거산 중턱에 부딪쳐 추락했다.

1차 착륙시도에서 추락까지 30분동안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분노가 앞선다. 비행기는 우선 비행고도 규정을 무시하고 저공비행을 하다가 해발 2백98m 지점인 운거산 중턱에 부딪쳤다. 시계를 확보하려고 고도를 낮췄을 가능성이 크지만 규정보다 2백m를 낮춘 위험한 비행이었다. 두번이나 착륙에 실패하고 세번째 착륙을 시도한 조종사의 모험도 납득하기 어렵다. 비행기가 동체 바닥으로 산을 넘어가 반대편 산등성이에 부딪치며 세동강이 난채 뒤집혔던 처참한 과정은 여객기가 아닌 전투기 조정을 방불케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떠오른 지방공항들의 열악한 시설은 그동안 국내선 비행기를 자주 이용했던 사람들을 아찔하게 한다. 국내 공항 14개중 공항의 기본시설인 활주로의 길이·폭·강도에 문제가 있는 공항은 울산,여수,목포,속초 등 4개나 된다. 이들 공항은 계기 착륙장치 등 안전착륙 유도장치도 없어 조종사들이 육감에 의한 수동조작으로 이착륙을 하고 있다. 이들 공항은 또 군사목적으로 건설된 곳이어서 산에 둘러싸여 사고위험도 높다.

올해 국내선 이용자는 2천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비행기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교통부는 공항의 안전시설보다 노선확충에 더 관심을 기울여왔다. 간이역 수준의 지방공항에 보잉기같은 대형비행기를 취항시켜온 것은 사고위험을 늘 안고 있는 셈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너무 급하게 달려왔던 과거의 행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을 「돌파력」이 있다고 영웅시하고,편법을 쓰는 사람들을 「요령」이 있다고 칭찬하고,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꽉 막혔다」고 흉보는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그동안 조종사의 무리한 모험으로 항공사고가 일어났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고,그때마다 무리를 무릅쓰게 하는 회사측의 「심리적 압박」이 지적되곤 했다. 정상적인 항공사라면 무리하게 모험하는 조종사는 비록 성공했더라도 문책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불행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경고를 가슴에 새기고,상식과 원칙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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