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판독기등 국내엔 없어/교통부 사고담당직원 불과 2명국내 항공사고 조사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항공사고 조사가 인력장비면에서 선진국에 뒤떨어져 지방공항 시설확충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블랙박스속의 DFDR(비행경로기록장치) 해독기 하나없이 사고때마다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게 국내 항공사고 조사의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항공사고 조사는 교통부 관계직원들이 사고때마다 임시 구성돼 담당하고 있다. 교통부 훈령에 의해 구성되는 항공사고조사반은 사고유형에 따라 그 규모가 정해진다.
이번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는 대형이어서 8명이 조사를 하고 있다. 주로 항공기술 관련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사고기의 정비운항 관계조종 등 분야별로 사고조사를 실시한다.
사고조사반은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판독작업을 하고 관제기능 항법시설 등의 이상유무와 관련자들의 과실을 조사하는 한편 사고 당시 기상상태 점검 등을 통해 사고원인을 분석해낸다.
잔해는 수거,관련성능시험소에 의뢰해 정확한 원인을 알아낸다.
정부에 조사전문기관이 없기 때문에 사고조사는 교통부 사고조사반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고원인 분석이 불충분할 수 밖에 없다.
우선 DFDR 판독기가 국내에 없다. 비행상태를 말해주는 최소한의 5가지 자료인 고도 대기속도 기수방위 수직가속도 시간을 DFDR가 담고 있어 이를 해독하기전까지는 항공기의 자체결함 여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CVR(음성기록장치) 판독기 역시 정부조사반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번 사고에서도 항공사(KAL 김해정비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관제사와 조종사,조종사들간의 교신내용을 담은 CVR의 판독기조차 없다보니 자연 1차조사도 시간이 걸리고] 최종 사고원인 분석에는 빨라야 한달(DFDR 판독에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한 관계자도 『국내 항공수요 급증과 그에 따른 사고위험을 감안한다면 CVR 판독기 한대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며 조사의 불편함을 털어놓았다. 가능하다면 DFDR 판독기까지 설치되면 현재 사고조사 전문가들의 수준으로 어느나라 못지않은 완벽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랙박스 해독기(DFDR와 CVR) 한대 가격은 약 1백만달러. 그중 CVR 판독기는 10만달러에 불과하다. 특별한 해독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기계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인력부족도 사고조사에 장애가 되고 있다. 교통부 항공국에 사고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2명밖에 없다. 그나마 90년 항공기술과가 신설되면서 생겼다. 나머지 인원은 운항 정비 등 관련 공무원들이며 필요할 경우 외부(학계 공군) 전문가들이 충원된다.
그러다보니 사고원인이 정부 지도감독 소홀이나 인가기준의 미흡으로 일어났을 때 조사의 객관성 확보가 어렵고 국제적으로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충분한 인력확보와 함께 사고 전담기구의 설치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선박사고조사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해난심판원을 확대,철도 항공사고까지 다루는 기구로 만들 방안도 구상했으나 비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돼 보류했었다.
전세계 항공운송 규모에서 10위권안에 들어간 나라에서 사고조사가 아직 임시방편에 의해 실시되고 전문적인 조사·예방전담기구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 항공기 안전운항과 기술향상을 위해 개선돼야 할 문제이다.<이대현·여동은기자>이대현·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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