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닮아 죽은 임효리로 오인/내딸 주장 두 아버지 “눈물악수”『하늘의 도우심으로 살아남은 이 아이는 누구의 딸입니까』
28일 하오 4시께 광주 전남대병원 중환자실에선 차마 산사람의 눈으로 보고 견디기 어려운 장면이 벌어졌다.
아시아나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중상을 입었으나 천행으로 구조돼 해남의 병원을 거쳐 이곳에 임효리양(3·서울 강서구 방화동 286의 5 한미아파트 1동 503호)이라는 이름으로 입원한 한 여자아이를 놓고 두 아버지가 누구 딸인가를 가리는 「솔로몬의 재판」이 벌어진 것이다.
당초 사고수습대책본부가 탑승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이송미양(4·서울 은평구 대조동 87의 56)의 아버지 이상은씨(40·참치체인점 경영)는 27,28일 이틀동안 모두 생존·사망어린이를 해남·목포에서 다 확인했으나 딸을 찾지 못하자 28일 하오 광주로 왔다.
전남대병원의 「효리」가 「송미」와 비슷하다는 일가친척과 대책본부의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오자 잠시 병원을 떠나있던 효리아버지 임혁순씨(36·회사원)도 달려와 두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아이를 놓고 마주섰다.
아이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쓰다듬어 본뒤 나온 두 아버지는 그러나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효리」와 「송미」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상처로 부은 얼굴에 눈부분을 붕대로 감아 더욱 구별이 어려웠다.
말없이 주저앉는 두 아버지의 친척들끼리 『하늘아래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눈물지으며 두아이의 흉터,사고당시 입었던 옷 등을 놓고 숙의를 한 결과 일단 살아남은 아이는 이씨의 딸 송미로 판정됐다.
이씨는 목포 친정나들이에 나선 부인 정용순씨(36)와 아들 근섭군(6)을 이번 사고로 잃고 함께 비행기에 탔던 송미의 시체라도 찾아 함께 묻어주고 싶은 심정으로 사방을 돌아다녔다.
임씨는 해남 친정에 남매를 데리고 떠난 부인 이형자씨(33)가 숨지는 아픔을 효빈군(8) 효리양 남내는 살았다는 위안으로 견뎌왔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조선대병원의 숨진 여자아이가 효리일 것으로 추정되자 이 아이의 시신을 보고 난 임씨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사고대책본부와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하오 5시 『임효리로 파악됐던 여자아이는 이송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로써 탑승객 및 사망자수를 둘러싼 모든 의문이 풀렸다』고 밝혔다.
이때즘 두 아버지는 서로의 고난을 악수로 감싸며 『하나라도 살아 다행』이라며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광주·목포·해남=임시취재반>광주·목포·해남=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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