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토론식 회의등 「청와대 파격」 선도/「해직교사 선별복직」… 국정 어려움 절감/재야 섭섭함 토로땐 “언젠가 이해할 것”김정남 교육문화수석은 요즘 고독하다. 자신이 20여년간 몸담아왔던 재야의 정서와는 다른 노선을 종종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초 전교조 교사의 선별 복직방침이 내부적으로 확정됐을 때 김 수석은 밤늦도록 퇴근하지 않았다.
과거였다면 그는 전교조 교사의 무조건 복직을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으로서의 김정남은 재야시절의 논리를 선택할 수 없었다. 무조건 복직이 야기할 후유증들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성교육자 교육행정인들의 반발,학교 하나 하나의 전장화 등 여론수렴 과정에서 들은 또다른 의견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20여일전 청와대로 찾아온 이수호 전교조 복직대책위원장에게 그는 심중의 일단을 드러냈다. 『참교육의 열정을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법이 있고 교육현장의 현실이 있다. 들어와서 바른교육을 펼쳐 달라』
얼마전 비서관들에게 얘기한 에피소드도 그랬다. 『대선 3일후 김영삼대통령이 한완상·이명현교수와 나를 불러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한 전교조 교사의 생활고를 절절히 얘기했다. 이를 듣고 한 교수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부 재야인사들은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의 자리가 그를 변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굳이 변명하지 않는다. 재야도 언젠가는 국정의 복합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도 다수의 재야인사들은 김 수석을 이해한다. 교문수석실을 찾는 재야인사들의 발길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박형규·인명진목사 이창복씨 등 많은 인사들의 방문을 즐거이 맞는다. 경호실 직원들은 재야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재야인사의 청와대 방문외에도 김 수석의 주변에는 변화가 많다.
우선 교문수석실의 회의가 대표적인 변화사례로 꼽힐만하다. 격론에 가까운 자유토론은 「청와대의 파격」으로 불릴 정도다. 평소엔 말을 아끼지만 토론이 벌어지면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화려한 수사를 펼친다. 그는 회의의 모두에 『암야의 횃불같고 탁류의 청수같은 의견없소』라고 멋들어지게 분위기를 이끈다.
한달 한번씩 교문수석실 전원이 참여하는 산행이나 여행도 청와대의 기존 분위기와는 다른 점이다. 직원들은 이를 BS(brain storming의 약자=머리 맑게 하기)라고 부른다. 대개 토요일 하오에 북한산을 오른뒤 저녁을 먹으면서 업무에서 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얘기를 다한다. 그리고 2차로 노래방을 가는데 김 수석은 18번인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를 꼭 부른다.
24일에는 교문팀들이 수안보로 1박2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 다른 수석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날 직원들은 김 수석이 집에서 가져온 매실주와 송순주로 만취해 격무의 피로를 풀었다. 자연 교문수석실의 분위기가 으뜸일 수 밖에 없다.
김 수석은 이처럼 청와대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그는 『매일 새롭다』고 말한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반대주장을 하는 관료나 정치인들과 만나면서 국가정책의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 수석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신중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바른정책을 택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원래 「마당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그의 교유폭은 넓다. 업무상 교육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6·3세대인 옛 친우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수첩의 어제 오늘 내일은 약속으로 빼곡히 가득차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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