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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 구조 “눈물겨웠다”/해남 화원면 마천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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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 구조 “눈물겨웠다”/해남 화원면 마천마을 주민들

입력
199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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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라도 더…” 필사의 노력/자기 옷찢어 들것… 부상자업고 산길 뛰어아시아나기 추락직후 다행스럽게도 44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마천마을 주민들과 군헬기 조종사 구조사들의 목숨을 건 구조활동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한 것은 안타까워하고 있다.<해남=임시취재반>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마천마을 주민 2백여명은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건지려고 횃불을 밝힌채 밤새 구조작업을 했고 입고 있던 옷을 찢어 들 것을 만들었다.

면사무소에서도 4㎞ 가량 비포장도로로 들어가야 하는 전형적 산골 오지인 이 마을 주민들은 이날 하오 5시30분께 김현식씨(21) 등 2명의 탑승 생존자가 1시간30분 남짓 산길을 헤매다 정현철씨(74) 집을 찾아 구조를 요청하면서 희생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고소식을 전하는 이장 김진석씨(60)의 사고방송이 울려퍼지자 70여가구 2백여 주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문밖으로 뛰쳐나와 사건현장으로 줄달음쳤다.

정확한 사고위치도 모르면서 마냥 마을뒤 운거산의 울창한 숲을 헤치며 다니던 주민들은 산산이 부서진 동체와 팔 다리 등이 찢겨나가고 피범벅이된 시체와 생존자들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임현덕씨(22) 등 마을 젊은이들은 갖고 갔던 낫으로 나무를 다듬어 십자형으로 얽은뒤 웃옷과 바지를 찢어 단단히 묶어 간이들것을 만들어 가파른 야산길을 쉴새없이 오르내리며 노약자와 중환자를 구해냈다.

주부 양순이씨(58) 등도 현장에서 4세 가량 된 아이를 들쳐업고 내려오는 등 아낙네들도 한몫 거들었다. 주민들은 날이 어두어진뒤에도 손전등과 횃불을 켜들고 구조작업을 계속했다.

마을 주부들은 특히 이날 하오 각자 집에 있던 밥과 김치 된장 젓갈 등 반찬을 추렴,구조작업을 하다 지쳐있던 구조반들에게 나눠줬으며 27일에도 쌀 20㎏들이 4가마를 공동 구입,주먹밥을 만들어 대책본부에 내놓아 후한 시골인심을 확인시켜주었다.

주민뿐만 아니라 해남군 관내의 각종 여성단체와 사회단체들도 저마다 먹을 것 등을 가져와 눈코 뜰새없이 바쁜 대책본부 관계자와 구조대의 끼니를 챙겨줬다.

하루 아침에 가족과 친척을 잃고 오열하는 유가족들은 이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장 김씨는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단결된 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죽어가는 생명을 구해낸 자신들의 선행을 당연한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해군 621비행대 이창묵소령/사고기 첫 발견… 곡예 구출작전/헬기로 협곡서 최저공비행… 13명 살려

해군 제5357부대 621비행대대 이창묵소령(36·해사 34기)이 해군대잠 헬기 ALT3기 조종간을 잡고 목포공항 인근 비행장을 이륙한 것은 26일 하오 4시58분이었다.

이 소령은 목포 앞바다 인근 해상서부터 육지쪽으로 지그재그 접근하며 수색했다. 초조감속에서 50분이 지난 하오 5시48분께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야산중턱,목포공항 동쪽 4.5마일(7.2㎞)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이 소령은 비행기 꼬리날개의 색동무늬를 발견,즉시 비행대대장 고은상중령(41)에게 보고하고 서쪽을 수색중인 최중원대위를 불러 지원요청했다.

이 소령은 우선 함께 탑승하고 있던 구조사 김삼수중사(32)에게 인명구조장비인 호이스트(HOIST)를 내려 여승객 1명과 어린이 1명을 구조했다. 하오 6시9분께 대대장 고 중령이 직접 헬기를 몰고와 합류했다.

이 소령 등 해군 헬기 구조팀은 현장의 계곡이 좁아 기류가 급변하는 위험상황에서 헬기 1대씩 교대로 현장에 접근,부상자 머리위 25m 상공에서 약 15∼20분간 제자리 비행하며 2명씩 끌어올리는 곡예구출작전을 펼쳤다.

악화된 기상조건을 무릅쓰고 최저공 제자리 비행을 수차례 감행,이 소령은 헬기의 메인프로펠러인 「메인로터」가 나무가지에 닿는 생사의 기로에 처하기도 했다.

『구조사 1명이 지상에 내려가 승객몸에 호이스트를 감고 헬기에 태우는동안 손에 땀이 배더군요. 몇차례 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빨리 살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해군 헬기의 구조가 활발히 진행되던 하오 6시25분께 공군 UH60,육군 UH1H 헬기가 도착,구조에 참여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헬기비행이 중단된 하오 8시20분까지 해군이 13명,육군이 3명,공군이 7명을 구조했다.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장을 보니 항공기 조종사가 눈앞에 산이 나타나자 울창한 산림을 쿠션으로 활용,비행기 꼬리부분을 먼저 닿게해 그나마 40여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령은 비행시간 2천여시간의 베테랑으로 비행대대 지원대장을 겸임하고 있다.

동료 조종사들은 『이 소령이 사고기를 발견,신속히 구조하지 않았다면 살아나지 못한 부상자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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