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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착륙」 왜 시도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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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착륙」 왜 시도했나(사설)

입력
199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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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명의 인명을 앗아간,국내 항공기사고 사상 최악의 참사였다. 너무나 어이없는 참변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사고에서 44명의 탑승객이 구출된 것은 천만다행이고 기적이라할만하다. 이것 저것을 따지기에 앞서 참변을 당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자 한다.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737기 국내선 여객기 추락참사는 도대체 왜 일어났는가. 조종사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기체결함 때문이었을까. 돌발적인 기류변화 등 천재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조종사인 기장의 조종미숙이나 판단착오 탓이었을까. 정확한 사고원인이야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판독한 후에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기의 조종사가 목포공항 상공이 악천후 상황인데도 2차례나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실과 그 사이 관제소와 나눈 교신내용을 미뤄볼 때 이번 참사는 기장인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시도가 사고의 핵심원인의 하나였으리라는 추단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시 목폭공항 상공은 초속 5m의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해안에 접한 공항상공은 폭우를 품은 먹구름이 지상 6백80m까지 뒤엎고 해상마저 겹쳐 조종사의 시계가 항공기 착륙안정 규정(2천8백m)에 미달하는 2천6백m에 불과했다. 목포공항의 활주로에는 계기착륙 유도장치(ILS)도 없고 활주로는 1천5백m로 짧다. 시계 조정착륙을 하기에는 악조건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다.

1백10명 탑승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여객기의 기장이라면 착륙시도가 무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인근공항으로 회항했어야 백번 옳다. 어쩌자고 회항하겠다는 통보를 해놓고 3차 착륙을 시도했는가. 「해보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요행과 적당주의,그리고 순간적인 과욕이 최악의 참사를 자초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장에게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도록 한 요인은 없었을까. 승객의 안전을 위한 운항과 착륙의 안전규정을 준수하기보다는 「정시운항」을 더욱 중요시하는 관행은 없었던가. 88년 2월 제2민항으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은 후발 항공사로서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치열한 경쟁을 해왔던게 사실이다. 그러한 경쟁이 조종사들에게 「정시운항」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심리적 압박요인이 되어 악천후속에서도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차제에 분명히 밝혀야 할 문제점중 하나라고 본다.

또 목포공항 관제사들은 할 일을 다했는가. 악천후 상황이라면 착륙을 금지하고 회항조치를 했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3차 시도까지를 용인한 관제소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 최악의 항공기 참사는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열악한 지방공항의 착륙장치를 서둘러 첨단자동방식으로 교체하고 항공사간의 무리한 경쟁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정시운항」 집착도 개선돼야 한다. 대한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여객기의 생명은 빠르고 쾌적한 비행에 앞서 승객의 「안전한 수송」에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항공사와 항공당국은 차제에 「안전규정의 준수만이 안전운항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교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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