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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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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모그룹 금호의 창업주는 박인천씨(1901∼1984)이다. 보통학교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남다른 집념과 성실로 당시의 순사시험과 보통문관시험에 합격,20년간의 경찰관생활 끝에 작은 기업을 일으켜 오늘의 금호그룹으로 키워낸 것은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것이다. ◆박씨가 해방 이듬해 37년형 포드승용차 두대로 광주에 택시회사를 차린게 45세때. 택시업이 번창한 보람으로 48년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사업에 뛰어든게 결과적으로 광주고속이 눈부시게 성장,오늘의 금호그룹 초석이 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창업주 박씨에게 얽힌 일화는 많다.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큰돈을 벌었다해서 박씨는 「먼지부자」 소리마저 들었고,슬하 5형제를 잘 키우고 교육시키기로 유명했다. ◆그런 창업주를 둔 아시아나가 88년 제2의 민항으로 출범한 것은 결코 예사롭지만은 않다. 5공 청문회에서 정권말기의 급작스런 설립인가 배경이 엄청난 구설수에 올랐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먼지부자」의 명성과 성실이 항공사업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항공업이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는 택시·버스와 다를바 없는 운송사업이다. 운송사업의 요체는 뭔가. 결국 승객과 화물의 안전,안락한 수송보장을 통해 돈을 버는 대표적 서비스산업인 것이다.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는 왕」이라지만 운송업에서의 승객은 황제와도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이다. 승객이 외면할 때 운송업이 설 자리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운송가업 2대의 전통을 지닌 아시아나가 아무리 누적적자가 크다지만 결과적으로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할 「황제」들의 목숨을 소홀히 했다. 악천후속에서 무리한 운항을 하고 누가 들어도 만용에 가까운 착륙시도를 거듭하다 60명이 넘는 생목숨을 잃게 했으니 운송가업 2대의 전통과 명성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창업주의 「신의·성실·근면」이란 좌우명도 희미해져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빠른 수습과 창업정신 계승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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