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안타깝기 한이 없다. 탑승승객과 승무원 1백10명중 66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서울발 목포행 아시아나항공 733편의 추락참사는 무리한 착륙시도가 가져온 「인재」라고 교통부 등 정부 사고조사반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기의 기장이 악천후로 두차례 착륙에 실패한뒤 세번째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착륙절차를 무시,활주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진입고도를 낮추는 바람에 전남 해남군 운거산(해발 324m)에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조종사의 「무리」가 사고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악천후의 관제미숙,목포공항의 열악한 이·착륙시설 등에도 책임의 일부가 분담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추후 교통부 등 관계당국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사고가 예방할 수 있었을 인재라는데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그 스스로 목숨을 잃은 기장은 무사고 비행 8천시간의 공군 조종사 출신의 베테랑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술과 경험을 다 축적한 그가 왜 그러한 「무리」를 했는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가,기상을 오판했던가,아니면 시쳇말로 잠재의식적으로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생각했었던가. 또는 회항이나 타공항 비상착륙시 발생하게 되는 연료낭비,승객불평,비행스케줄 재조정 등 회사에 끼칠 유형·무형의 손실을 머리에 떠올렸던가.항공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민항기 조종사들은 공군 조종사 출신들이기 때문에 악천후에도 도전적인 성향을 보이고 또한 회항하는 경우 회사에 주는 손실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압박감 때문에 날씨가 나빠도 무리한 착륙을 감행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상당수가 상식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무모함에 원인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참사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나 83년 소련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극동방공사령부 요격기에 의해 격추,승객과 승무원 2백69명(승무원 29명) 전원이 떼죽음을 당한 대한항공 007기도 항로이탈의 책임이 조종사에게 있다고 이 사건을 조사해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최근 10년만에 최종결정을 내렸다. 문제의 007기 사건에서도 항로이탈 원인에 대해 비행테이프 입력착오,INS(자동항법장치)의 이상,미국 관계기관의 조작설,대한항공의 연료절약을 위한 소련인접 항로상용 등 온갖 「설」들이 난무했었다. 이 두 참사가 다같이 조종사들로부터는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인재」라는데는 이견들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인재가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우리의 제도,관행,체제,국민성서에서 보고 있으면서 이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가계(개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수칙 등 안전관계 규정에 대한 준법정신이 만성적으로 결여돼있다. 기업에 비용증대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마는 개인 차원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귀찮거나 불편한 것을 싫어하는 국민적인 기질이 편의주의를 조장한다. 또한 「설마」하는 무모와 「빨리」의 조급성 및 『내가…』하는 허세·오만·오기 등도 재난의 자초를 거든다. 뭐니뭐니해도 기업들의 안전의식이 아직까지는 미국,일본,EC 등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달,경영과 투자에서 안전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큰 문제다. 정부의 감독도 한계적이다. 기업과 정부는 일과성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사고가 없었던 것과 같이 된다. 우리의 산재손실은 직·간접 손실을 합쳐 지난해의 경우 4조6천6백억여원이었다. 교통사고 사고율 세계 제1위의 「불명예」는 뭣을 의미하는가. 지난해 자동차종합보험 사고보상비는 1조9천억원,전년보다 33%나 증가했다. 「안전」도 이제는 국제경제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안전소홀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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