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든 보궐선거든 선거는 국민의 대표와 심부름꾼을 뽑는 일이며 정당으로서는 정책과 공약에 대한 심판,즉 국민의 신임을 묻는 행사이다. 따라서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서,만약에 정당이 선거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심판을 외면하고 나아가 공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민주주의의 정신과 상식이 그렇다고 할때,민주당의 이기택대표 등이 내달 12일로 예정된 대구 동을과 춘천 보궐선거의 보이콧론을 제기,당안팎에 논란을 빚은 것은 매우 유감된 일이라 하겠다. 이 대표 등은 선거일이 혹서기로서 유권자층의 중심인 젊은세대가 대부분 휴가를 떠나 기권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여당잔치」가 될 선거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뒤늦게나마 선거불참론을 백지화하고 보선에 참석키로 당론을 재확인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번 이 대표 등의 선거보이콧 주장은 정부·여당이 고유권한임을 들어 선거일자를 택일한데 대해 문민시대답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한 것 외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첫째 공고된 선거일이 야당이 주장했던 일자보다 5일 앞당겼다고 해서 혹서기를 말하는 것은 논리상 어색하다. 그렇다면 야당은 당초 9월초에서 금년도 정기국회전까지 사이의 날짜를 강력히 제기했어야 했다. 둘째 오늘날 김영삼정부의 개혁작업이 한계에 직면,수구세력에 의해 후퇴하고 있고 고루한 구습대로 정부가 일방적 택일을 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구습을 개혁·타파하기 위해서도 적극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끝으로 앞서 명주 등 3개 지역 보궐선거 때도 그랬듯이 정부가 선거일자를 결정하는 관례는 민주당도 숙지하고 있던 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한여름인 8월 선거를 반대키로 했다면 처음 사무총장 회담 때부터 이를 강력히 주장했어야 옳다. 후보 공천에다 야 3당 공조체제까지 확립한뒤에 갑자기 「거부」를 말하는 것은 역시 이해하기 곤란한 일이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명색이 민주국가이면서 아직도 선거일 시비를 재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구미 선진 민주국들처럼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 등 각급 선거일자를 헌법과 선거법 등에 명기하고 가능하면 일요일 선거를 정착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임기만료일전부터 몇날까지」 「궐원된 때로부터 몇날까지」로 된 현행 선거 규정은 진작부터 「선거일 명기」의 여론이 제기돼왔던 만큼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개정해서 시비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보궐선거는 정부·여당과 야당활동의 평가를 받은 중간선거인 만큼 민주당이 부질없는 불참론을 철회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적극 참가해서 국민들로부터 김영삼 정부개혁 5개월의 공과를 진단받고 제1야당의 새 체제에 대한 심판도 겸허하게 기다려야 한다.
선거보이콧이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번 사태에 여당도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선거일의 결정이 정부의 권한이라해도 야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통행식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구태요 권위주의적 자세임이 틀림없다. 암울했던 강권통치 독재체제하도 아닌 문민시대에 보다 떳떳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은 개혁시대의 정부 여당답지 않다. 자칫 정국을 극한상황으로 몰고갈 수도 있었던 이번 보이콧 논쟁을 두고 여야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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