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을구와 춘천의 보궐선거 날짜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8월12일을 고집하고,야당들은 이 때가 한창 더운 휴가철이라는 이유로 선거를 일주일 정도 늦출 것을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는 예정대로 어제 선거일을 공고했다.정부수립후 40여년동안 여야는 선거일 택일문제로 수없이 싸웠다. 농번기,명절,연휴,행락철,강추위,무더위 등이 선거일 택일에 늘 문제가 됐다. 이런 요인들은 투표율을 낮출 가능성이 크므로 조직표가 열세인 야당은 이런 시기를 결사적으로 피하려하고,여당은 대개의 경우 투표율이 낮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개의치 않거나 은근히 이용해왔다.
이번 갈등도 예외가 아니다. 민자당은 『8월12일이면 입추와 말복이 지난 때인데 야당이 더위를 이유로 선거불참 운운하는 것은 선거에 승산이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생트집』이라고 비난하면서 『선거날짜 결정은 법적으로나 관례상으로나 정부의 고유권한』이라는 사족까지 달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먼저 여당의 태도에 유감을 갖게 되는 것은 새정부가 어제와 다른 정부,어제와 다른 여당임을 누누이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민자당의 구성에서 절대다수는 권위주의시대에 여당 체질이 속속들이 몸에 밴 사람들이고,그들에게 선거일 택일이란 「여당에 유리하게,여당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의 여당이라면 그런 유혹을 물리쳐야 할뿐 아니라 오해를 받을 소지까지도 스스로 피했어야 한다.
민자당이 이번 선거일 택일에서 다른 계산이 없었다면,소모적인 싸움을 할게 아니라 야당들의 의심에 찬 공세가 나오자마자 선거일을 늦춰야 한다. 『선거일을 며칠 늦춰주지 않는다고 선거에 불참하겠다는 야당의 주장은 구태의연한 생트집』이라고 강재섭대변인은 공격하고 있는데,국민의 눈에는 선거일을 며칠 늦춰주지 않고 「고유권한」 운운하며 힘으로 밀고 나가는 여당 역시 구태의연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민주당 이기택대표의 대응 역시 실망스럽다. 『민자당이 투표율을 낮추려는 당략으로 폭염속의 선거를 강행하려는데,우리가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 선거일을 늦추라는 우리의 요구는 더 많은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제일야당의 대표라는 그의 비중을 생각할 때,선거일 공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튀어나온 선거불참 주장은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당내·당외를 겨냥한 「전략」일수는 있을지 몰라도,책임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후텁지근한 더위속에서 국민들은 40여년간 조금도 개선되지 못한 여야의 선거일 싸움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고유권한 좋아하네』 『선거보이콧 좋아하네』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다. 보궐선거 두곳에서 이기려고 집착하다가 더 큰 것을 잃게 되지는 않을지 여도 야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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