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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피서길 참변 “마치 생지옥”/여객기 추락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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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피서길 참변 “마치 생지옥”/여객기 추락현장

입력
1993.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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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지나간 전장 방불/기체 세동강… 폭발은 모면/가족들 “생사확인” 발동동【목포·해남=임시취재반】 귀향 피서길이 생지옥으로 변했다. 악천후속에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여객기가 높지도 않은 야산에 충돌한 순간 세동강난 기체속은 피투성이가 된 사상자와 부서진 기체 잔해가 사방 1㎞까지 흩어져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목포비행장과 불과 7.2㎞ 떨어진 곳에 여객기가 추락했으나 관제탑이 기체의 행방을 추적하지 못하고 부상자가 산을 내려와 신고한뒤에야 사고지점이 밝혀진데다 비가 계속 내려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비행고도가 낮았고 다행히 화제가 일어나지 않아 생존자가 많았으나 외딴 야산에 추락한데다 비가 내려 마을주민과 군·경·공무원들은 밤을 새워 구조작업을 벌였다.

▷추락◁

사고여객기는 추락직전까지 모두 3차례 착륙을 시도했다. 생존자 조기정씨(40·목포시 이로동 신용해아파트)에 의하면 첫번째 두번째 착륙에 실패한 기장이 기내방송을 통해 『기상상태가 나빠 일단 회항했다가 5분뒤 다시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알렸다. 이어 세번째 착륙시도때는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듯한 느낌과 함께 『우당탕탕』 소리가 났으며 그대로 다시 이륙한뒤 불과 수분도 안돼 『꽝』하는 굉음과 함께 추락했다.

추락직전 기체가 급강하하자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누군가가 『모두 고개를 숙여라』고 외쳐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사고기는 추락지점에서 날개부터 부딪치면서 나무와 덩굴들을 스치며 정면충돌을 피했으나 추락시의 충격으로 동체 중간이 세동강이 나면서 기체 곳곳이 갈기갈기 찢어지다시피 부서졌다.

▷현장◁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마천부락에서 서북쪽으로 3㎞ 가량 떨어진 매봉산계곡의 추락현장은 세동강이 난채 찢어져나간 기체와 부상자의 비명소리로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사고기는 출동후 계곡으로 굴러떨어져 세동강이 난채 조종석부분은 비탈에 처박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꼬리부분 20여m 가량은 휴지처럼 일그러져 계곡 아래쪽에 곤두박질쳐 있었다.

조종석 뒷부분 3∼4m 가량만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비행기임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계곡으로 굴러떨어지는 과정에서 부서진 꼬리부분으로 승객들이 퉁겨져 나와 목숨을 건진 것으로 보였다.

현장주변 10여m에는 기체조각과 피묻은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피범벅이된 부상자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 마치 폭격현장을 방불케 했다.

기체안에 있는 승객들은 엿가락처럼 흰 의자틈에 끼이거나 의자에 앉은채로 대부분이 참혹하게 숨져있었다.

◎주민등 8백명 밤샘구조

▷구조◁

사고현장에는 마천부락 주민 50여명과 공무원·경찰·군인 등 8백여명이 긴급구조작업에 나섰으며 군·경 헬기 8대가 동원돼 부상·생존자들을 쉴새없이 목포와 해남의 각 병원으로 후송했다.

구조요원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하오 8시께 사망자를 남긴채 일단 구조작업을 중단했다가 긴급 전기시설을 가설한뒤 10시30분께 작업을 재개했다.

이날 마을주민들은 때마침 보리수매를 위해 마을에 있던 차량과 경운기 등을 모두 동원,생존·사망자를 실어날랐으며 추락지점까지 길이 나있지 않아 주민들이 낫 등으로 잡목을 잘라내고 3백m 가량 통행로를 만들었다.

구조에 나선 헬기들은 사고지점 1㎞ 밑에 임시착륙장을 설치한뒤 상공에서 줄을 내려 부상자들을 끌어 올려야 했다.

▷병원◁

부상자들은 목포시내 한국병원 적십자병원 기독병원 성콜롬방병원과 해남종합병원 해남 제일병원 해남 한국병원 등 7개 병원에 군·경찰 헬기와 앰뷸런스편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수혈할 피가 부족해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명의 부상자들이 수용된 해남종합병원 응급실에는 온몸화상·안면타박상·다리골절상 등을 입은 중상자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부상자중 박복례씨(35·여)는 양다리가 골절되고 전신 2도화상을 입고 혼절했으며 2세 가량의 여아와 한 남자어린이는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사고현장에서 8㎞ 떨어진 해남군 문래면 동영리 남일병원에는 마을 대학생이 승용차로 남자아기를 싣고 왔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부상자들이 긴급 후송된 목포지역 각 병원 응급실엔 군부대 장병 1백여명과 목포시청 직원 2백80여명 등 1천여명은 집단헌혈을 자원하는 등 밤새 헌혈행렬이 쇄도했다.

▷수사◁

검찰·경찰은 전남 해남경찰서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생존자 증언 및 현장상황 등을 토대로 사고원인과 사고경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가리라는 박종철총장의 지시에 따라 광주지검 해남지청 박길룡검사 등 2명을 사고현장에 보내 수사를 직접 지휘토록 했다.

경찰은 사고원인 수사를 위해 경찰청 형사심의관과 항공과장을 현지로 급파해 전남경찰청 항공대장과 함께 현지에서 아시아나항공·교통부 관계자와 공동조사에 나서도록 했다.

◎금호그룹 사과성명

금호그룹 박성용회장(62)은 이날 밤 8시30분께 서울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사과성명을 내고 『불의의 참변을 당한 승객과 승무원의 가족 및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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