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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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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는 집권 직후인 92년 1월16일 한국을 제일 먼저 공식 방문했다.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가장 가까운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속셈에서 였다. 그러나 뜻밖에 정신대문제가 터져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고조됐고 일본에서는 「혐한 감정」으로 맞불을 질렀다. ◆일본의 혐한론자들은 유력잡지인 「문예춘추」와 「제군」을 통해서 한국 두들기기에 나섰다. 이들은 『사죄하면 할수록 한일관계는 나빠진다』면서 식민통치의 정당성까지 내세웠다. 일본 척식대학의 다나카(전중명) 교수는 한일합방이 일본의 자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으며,종군위안부도 옛날로 말하면 뚜쟁이가 조달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일본의 엄·혐안 분위기에 불을 붙인 베스트셀러가 「추한 한국인」이다. 지난 3월 박태혁이란 한국인 저자이름으로 출판된 이 책은 한일합방이 한국인에 있어서 행운이며 한국을 합방한 일본은 철도,항만,교육시설을 했다고 찬양했다. 더욱 참을 수 없는 표현은 박의 고향사람들은 독립운동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일본인을 존경했다고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추한 한국인」을 쓴 저자가 한국인이 아니라 추악한 일본인이라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인의 간교스러움을 보는 것 같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책이 나온뒤 저자의 신원확인에 노력해온 재일동포 출신 저널리스트 황민기씨에 의하면 외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가세히데아키(가뢰영명)가 「추한 한국인」의 진짜 저자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을 헐뜯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인 「치마바람」의 저자도 한국여성 「오선화」가 아닌 일본기업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짜 저자는 한국통으로 알려진 한국종합기업정보센터의 대표 기요츠카(청총성)라는 것이다. 일본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있지도 않은 가공의 한국인을 내세워 식민통치를 찬양하는 책을 펴내는 것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한일 우호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일본지식인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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