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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양구한 노목자 끝내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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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양구한 노목자 끝내 임종

입력
199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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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때 급류서 국교생 둘 구조/의성군 경애교회 오동희목사/평소에도 나환자들 돌보며 사랑실천/“죽는날까지 살신성인”… 조객들 오열급류에 휩쓸린 어린이 2명을 구하고 탈진,사경을 헤매던 노목사가 회생하지 못한채 끝내 숨을 거뒀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 8 경애교회 오동희목사(68)는 지난 12일 하오 5시20분께 금성면 명덕1리 쌍개천에 낚시를 하러 갔다가 하천에서 놀던 박은선군(10·금성국교 4) 등 2명이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이도 잊은채 곧바로 물속에 뛰어들어 구조했다.

오 목사는 급류와 싸우다 지쳐 탈진한데다 돌에 머리를 부딪쳐 혼수상태에 빠진채 경찰에 구조돼 영남대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주일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던 오 목사는 24일 밤 10시30분 가족과 친지,교우들의 소망도 보람없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특히 이날낮에는 역시 목회자의 길을 걷고있는 막내아들 현규씨(32)의 결혼식이 대구에서 열러 많은 하객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했다.

오 목사는 20여년간 군목으로 근무하다 76년 중령으로 예편한뒤 이곳 금성면 탑리 나환자의 재활원인 경애원에 경애교회를 세우고 17년동안 1백60명의 나환자와 가족 53가구를 돌보며 사랑을 실천해왔다.

큰아들 신규씨(42·한국가스공사 선임연구원·서울 송파구 잠실2동) 등 3남매를 두고있는 오 목사는 서울에서 편히 모시겠다는 자녀들의 권유도 마다하고 정년인 칠순이 될 때까지 재활원에서 나환자를 보살피겠다고 고집해왔다.

영남대병원 영안실에 모인 조문객들은 두 어린 생명을 구한 것이 오 목사가 평생동안 노력해온 인간사랑의 마지막 실천이었다고 애도했다. 오 목사의 장례는 27일 상오 9시 경애교회에서 열리며 장지는 경북 청송군 안덕면 문거리 선영으로 정해졌다.<대구=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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