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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발 에스티발/김성우(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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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발 에스티발/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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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문화도 옷을 벗는다. 문화가 거추장스러운 치장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산속이나 바닷가의 옥외로 나와 앉는다. 문화의 위의에 격원감을 가졌던 사람들도 문화의 친교를 가질 기회다.정장한 문화는 오페라 초연일의 「소아레 드 갈라」처럼 일반대중이 근접하기 어려워한다. 문화와 관객이 수영복차림으로 만날 때 격의가 없어진다. 여름은 문화가 대중 곁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계절이다.

여름 들면서 곳곳에서 문화캠프가 열리고 있다. 문학·음악을 비롯하여 발레·영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예술장르의 강좌가 피서지에서 개최된다. 그중에서도 시인학교들은 대개 해변인 것이 특색이다. 양주동은 「해곡 3장」이란 시에서 <시를 쓰려거든 바다로 오시오> 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음악캠프는 산간이 많다. 「물은 흐르되 사경에 아무 소리없는(수류이경무성)」 곳에서 음악은 실컷 볼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여름은 국내보다도 특히 유럽인들에게 문화의 계절이다. 나라마다 구석구석이 매년 각종 문화페스티벌로 떠들썩하다. 음악의 페스티벌이 많다. 이맘때쯤 그 열기 뜨거울 거리들을 생각하면 앉은 자리가 들썩거려진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러 여름 음악축제 중에서도 첫손 꼽히는 것이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일 것이다. 1922년에 창설된 이 축제는 해마다 7·8월의 기간동안 시내 도처에서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들이 20회 이상의 연주회와 30여편의 오페라를 공연한다. 몇해전 잘츠부르크를 찾아갔을 때 도시는 온통 외국인 관광객들로 점령되어 있었다.

가장 역사가 오랜 페스티벌의 하나가 바그너가 새운 독일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것이다. 1876년 바그너 자신에 의해 시작되어 1백년이 넘도록 이어져온다. 인구 7만의 소도시는 한달남짓 계속되는 이 축제 하나로 세계적 명도시가 되었다. 개막 직전의 극장 2층 베란다에서 울리던 그 트럼펫의 팡파르를 잊을 수 없다.

노천극장에서의 오페라 축제는 이탈리아에서 로마의 카라칼라 대욕장 것과 함께 베로나의 투기장 것이 단연 유명하다.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연일 2만5천석을 가득 채우는 이 야외극장에서 별을 쳐다보며 푸치니의 「토스카」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은 억울하다.

음악만이 아닌 여름 페스티벌로 널리 알려진 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베러다. 1947년 창설되어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음악과 함께 연극과 발레가 공연된다. 도시 한쪽 언덕에 우뚝이 서서 휘황한 조명을 받고 있는 고성에서의 하루 저녁은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같다.

프랑스의 아비뇽이라면 세계 연극의 축제장으로 유명하다. 1947년 연극만으로 시작되었다가 지금은 음악·발레공연과 미술전시회도 겸한다. 그중에서도 옛 법황청 궁전뜰에서의 공연이 압권이다. 이 한철 아비뇽에 가보면 온 도시의 길바닥은 각종 선전물의 전단으로 하얗게 깔린다. 1990년의 통계론 이 페스티벌 기간중 총 입장객이 12만8천명이었다.

파리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계속되는 음악행사를 「페스티발 에스티발」이라 부른다. 프랑스어로 「여름축제」란 뜻이다.

유럽 각국의 페스티발 에스티발은 반드시 큰 도시만의 전유물인 것이 아니다. 매년 음악과 연극의 야외축제가 있는 룩셈부르크의 빌츠는 인구 4천의 소촌이요,메뉴인의 제자들과 친구들이며 모여 메뉴인 페스티벌을 갖는 스위스의 그 스타트는 인구가 불과 2천인 알프스의 산촌이다. 민속춤의 페스티벌을 갖는 아일랜드의 남해안 항구 코브는 인구가 6천이요,유명한 메그트미술관의 뜰에서 연극·영화·음악의 잔치가 연일 벌어지는 남불의 생 폴 드 방스는 주민이 2천5백명인 마을이다. 이런 곳들이 세계적으로 명소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여름 한철동안 전국을 통틀어봤자 소문난 문화축제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한해를 통틀어도 국제적인 페스티벌 또한 없다. 가을되면 지방도시마다 문화제가 열리지만 민속놀이 위주의 지역행사에 그치고 특수종목의 특색있는 축제가 아닌데다가 기간은 짧고 관광객을 모을 휴가철도 아니다.

춘천에서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세계 아마추어 연극제가 개최중이다. 이것은 회원국이 번갈아 주최하는 행사라 연례축제이지 못한다. 그래도 춘천은 그동안 국제인형극제,팬터마임 페스티벌 등을 열어 연극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어쩌면 여름마다의 연극 페스티벌을 기대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문화캠프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캠프는 그 분야의 전문학도나 지망생을 위한 교습이 주다. 일반대중을 문화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페스티벌이다. 시설 타령을 할 필요가 없다. 유럽에서는 극장이 아니더라도 성당이나 성관,그리고 야외의 공원이 다 공연장이다. 갈곳 몰라 망설이는 휴가객들을 불러모을 페스티발 에스티발이 우리 도시나 마을들도 필요하다. 문화는 그 자체가 피서지다. 한여름 뜨거운 대낮의 나무 그늘이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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