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좋은 얘기」 가장 많이하는 악역 자임/대통령의 사정정책 전달에 최대 노력/조직관리 탁월… 「봉투근절」등 몸소 실천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요즘 들어서야 옛날 체중을 회복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남들이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지고 얼굴색도 안좋았으나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당시 친구들을 만나면 『눈빛이 흐리멍텅한게 예전의 눈이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남의 속도 모르고 『격무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좋아 보인다』고 말할 때는 그냥 웃어버린다고 한다.
사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정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닥쳤던 지난 5개월간은 김 수석 개인에게는 「최악의 세월」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끝없이 책상위에 쌓이는 일거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생활리듬을 해쳤다.
슬롯머신사건으로 친정인 검찰이 회오리에 말렸을 때 그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대 노사분규,평화의 댐 건설의혹 등 과제가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한숨 돌릴만하다고 한다. 김 수석은 『개혁과 사정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으나 앞으로는 특정사건에 매달리기보다는 민정수석실 본연의 업무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과거처럼 청와대에서 각 사정기관에 일일이 간섭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며 『다만 사정에 대한 대통령의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과거 정권 때와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라는게 업무의 특성상 원래 「안좋은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나 매일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는 회의석상에서 김 수석은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악역」을 맡는다. 대통령이 워낙 격의없이 회의를 진행하기에 농담조로 『사람이 나빠서 안좋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고 말을 하지만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나라가 잘 되려면 밑바닥에서 나오는 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자기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대통령이나 다른 수석비서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김 수석은 그러나 청와대에 들어올 때부터 일각에서 「이의」를 제기했던 사실을 기억하며 일을 하고 있다. 검찰과 안기부에 근무했던 전력 때문인지 소위 「수구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남달리 인화와 융합에 신경쓰며 조직관리를 하고 있다. 수석밑에 있는 비서관 5명은 검사출신 2명,민주계 사조직 출신 2명,상도동 가신출신 1명 등으로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며 원활히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김 수석을 두고 『조직관리에 탁월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 수석도 『전력이나 출신으로 보아 비서실내에 이질적 요소가 많았던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몇달 지나면서부터 수직·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만 보면 지난 5개월동안 「조롱속의 새」라고 스스로를 말할 만큼 행동이 부자연스러운게 사실이다. 언제 대통령이 호출할지 모르고 또 사무실에서도 급히 그를 찾는 일이 많아 늘 긴장을 풀 수 없다.
지난해 2월 안기부에서 나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1년동안 처음으로 자유롭게 지냈던 일이 그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매여있는 생활」 덕분에 술도 거의 하지 않고 담배도 끊게 됐다.
요즘 김 수석은 혼자서 봉투근절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아직도 외부사람들을 만나면 헤어질 때 봉투를 내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줄거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우리 함께 달라지자』고 충고하곤 한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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