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의 정립과 개화가 시급하다. 낡아빠진 기업관으론 이 혹독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조차 어렵다. 기업문화는 생산 기술 판매 서비스는 물론 기업의 사명과 인간관계까지 포용한다. 노사간의 믿음과 유대는 필수적이다. 숨가쁘게 전개된 현대분규를 통해 이 사실을 깊이 깨닫고 체험했다.현대자동차의 쟁의는 막판에 극적인 자율협상으로 타결되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극약처방같은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었으나,어떻든 노사관계의 위험수위는 넘겼다. 한동안 나라안이 우울했지만 현대 계열사가 밀집한 울산은 다시 쾌청을 찾기 시작했다. 지루한 대결과 긴장이 계속된 지난 40여일동안,우리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당했고 현대의 노사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라의 경제가 뒤틀릴뻔한 위기를 넘긴 것만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수습과 타결도 중요하지만 정상회복이 또한 시급하다. 노·사·정 모두가 지금 안도의 숨을 몰아쉴 여유가 없다. 후유증이 없어야 하고 감정의 앙금이 없어야 한다.
이제와서 현대 사태의 책임이 어느 한쪽에 있다고 전가함은 아무 의미가 없다. 분규의 원인이 그만큼 복합적인 탓이다. 현총련을 정점으로 현대 계열 노조는 힘의 과시를 위한 합법투쟁을 집요하게 고집했다. 그래서 임금협상을 앞세운 정치투쟁의 인상과 의혹을 남겼다. 노조측에선 억울한 음해라고 항변하겠으나 나타난 현상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한 회사측은 어떠했는가. 외부세력의 개입과 노조가 강성이라는 이유로 함께 유연성을 잃었다. 대안제시가 때를 놓치거나 뚜렷하지 않고 벼랑에까지 가보자는 대결의식을 보였다.
우리네 노사관계의 현실과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협상은 공염불로 끝나고 사태가 꼬여만 갔다. 거시적이며 미래지향의 안목은 도외시하고 눈앞의 목적달성에만 열중한 꼴이다. 결과로 잃은게 너무 많고 남은 것은 뼈아픈 교훈뿐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정부는 현대 노무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회사측도 이것을 시인하며 개선책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현대만이 해마다…」하는 푸념같은 여론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현대의 노사는 전근대적인 불신과 갈등관계에 놓여있다. 기업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측은 노무관리를 전면 점검할 책임이 있다.
자율을 강조하는 문민정부가 여기에 깊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자생적이 아닌 신뢰구축은 결국 모래성이 된다. 조정자의 역할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제3자의 개입차단 등 바람막이에 주력하면 된다. 노사가 함께 성숙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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