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실무국장과 수시통화 현안 점검/국민 불편 최소화 세세한 곳까지 신경/「과제안」등 창안… 공무원 사기진작 노력현대사태가 혼미를 거듭하던 보름전 울산시장실에 청와대로부터 긴급전화가 걸려왔다.
김창수시장이 수화기를 들자 『수고가 많소. 김양배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행정수석의 전화였다. 김양배수석은 현대 노사분규의 상황과 전망을 자세히 물었다.
김 시장은 행정수석이 직접 전화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잠시 김양배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했다한다. 내무부 등 일선 부처의 국장중에도 김 수석의 전화를 받고 긴장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김 수석이 이처럼 일선 실무국장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은 굳이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장·차관을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실무적이거나 생생한 내용은 현지의 소리를 듣는게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한 이유다. 장·차관 뿐만 아니라 「일선」과도 접촉을 해야하기에 그는 매우 바쁘다. 다른 수석들도 마찬가지지만 김 수석 역시 「새벽 출근,심야 퇴근」의 일정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청와대로 들어온후 일요일도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힘겨워하지도 않는다. 내무부 관료시절에 별명이 일벌레일 정도로 그의 부지런함은 정평이 나 있다.
특히 5월18일을 즈음해 광주해법을 마련할 때나,최근 현대사태가 위험수위를 넘나들 때는 『김 수석의 주변에서는 개미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매일 상오 8시40분께 열리는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가장 많은 서류를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바로 김 수석이다. 관할 업무가 일반·내무·치안행정을 비롯,행정쇄신 지방자치 국민생활 등으로 가장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김 수석의 준비성이 철저한 것이다.
얼마전 회의에서 그는 현대사태를 보고한데 이어 성산대교의 노면이 일부 파손된 이유도 설명했다. 지엽말단적인 일에서부터 굵직한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수석실 직원들은 「만물박사를 지향하자」는 조크를 스스로들에게 던지곤 한다.
김 수석이 다양한 문제들을 매끈하게 마무리하고 있는데는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중 행정경험을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김 수석은 간과하기 쉬운 세세한 대목을 챙긴다.
정치적 감각도 있다. 12대 때 민정당 전국구의원으로 당기조실장을 역임한 경험이 그의 정치력을 반증해주고 있다. 광주해결책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그가 광주의 망명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사전에 분위기를 조상하는 것을 보고 행정수석실팀들은 『정치인에 지배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정치는 걸음마부터 배우고 있다』며 회의에서도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정치분야는 정치인 출신 수석들의 업무라는 지론 아래 김 수석은 행정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분규를 사회안정 차원에서 풀어내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대문제가 매듭되어가는 지금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매달리고 있다.
딴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는 와중에서도 그는 공직기강,일하는 분위기 조성 등의 과제에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며 고민을 한다.
이런 자세에서 나온 작품이 행정쇄신과 관련한 국민제안과 실무 과단위의 제안제도이다. 그동안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참작하는 행정쇄신이 추상적이어서 실생활과 유리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실무공무원들의 의견과 국민의 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해 이 제도를 창안했다.
이 제도는 「싱싱한」 내용을 많이 내놓았다. 이사할 때 과거 전입신고와 전출신고를 각각 해야하던 것을 하나만해도 가능하도록 개선된 것도 과제안 덕분이며 이외에도 무려 5천2백건의 제안이 접수돼 있는 상태다.
이런 성과 때문인지 요즘 늦은 밤 퇴근하는 김 수석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퇴근후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김영삼대통령의 전화에 대비하는 긴장감을 늦추지는 않는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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