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사랑의 열매다. 한톨의 쌀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생겨나지 않는다. 사랑은 고루 나눔이다. 배불리 먹고 쌀이 남아 돌아가는 가운데,다른 한편에서 굶주리고 죽어간다는 현실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우리는 쌀이 쌓여가는 걱정을 하면서 모자라서 쩔쩔 매는 이웃을 살필만한 여유를 지니게 되었다.「쌀풍년을 사랑의 풍년으로」 이렇게 시작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은 어느덧 3년이 지나고,이제 4차 운동의 시동이 걸렸다. 올해의 모금목표는 50억원이다.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와 한국일보사는 인류애로까지 승화한 이 운동을 민족 박애정신의 상시적 창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사랑의 쌀 나누기는 기독교의 박애정신과 민족박애주의가 한차원 높게 결합한,언제나 열려있는 사랑의 통로인 것이다.
「사랑의 쌀」은 처음엔 가까이 이웃사랑에서 비롯되어 북한 동포와 해외의 기아지역에까지 관심을 높여왔다. 국내의 소년소녀 가장과 결식아동 사회복지시설 등에 쌀부대가 전달되었고 아시아 곳곳은 물론 아프리카로 실려 나갔다. 더욱 뜻깊은 일은 90년 7월의 남북한 민간교류의 성사였다. 1만가마의 쌀을 「북송」한 사실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누가 이러한 사랑의 쌀 나누기를 실천했는가. 그것은 우리 스스로임을 자랑한다. 그동안 국내외 동포 60여만명이 참가하여 65억원의 큰돈을 모았다. 쌀 한톨마다 우리네 사랑과 마음이 담겼다. 한알의 밀알과 같은 작은 정성이 도도한 사랑의 강물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이 장엄한 물결은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가까이 멀리 불행한 이웃은 너무 많다. 세계 전체로 보면 하루에 4만명꼴이 죽어가는 냉혹하고 절박한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생명의 존엄은 사랑만이 지켜준다. 굶주림을 못참아 연변으로 탈출하는 북한 병사가 늘어난다는 보도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때린다. 쌀풍년을 걱정하기 앞서 사랑의 빈곤을 오히려 걱정할 상황이 닥쳐오고 있음을 은근히 실감한다.
그러나 남을수록 아껴야 하고 사랑의 나눔을 넓혀가는 민족박애를 실천으로 옮겨가야 함이 마땅하다. 사랑은 단순히 동정이 아니고 공존의 텃밭이나 마찬가지다. 사랑의 쌀은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며 삶의 용기를 싣고 북돋워주는 격려이기도 하다.
쌀 한톨로 우리 이웃과 사랑을 나눌 수 있음은 삶의 보람이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사람의 쌀 4차운동은 과거와 달리 중소도시 중심으로 진행된다. 겨레의 뜨거운 사랑과 저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티끌로 태산이 되는 작은 정성의 참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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