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수단 동원 손실 최소화”/긴급조정권등 잦은 발동 시사현대그룹 계열사의 노사분규를 계기로 신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인제 노동부장관 취임이후 대법원 판례와 다른 행정지침을 정비,과거 권위주의 정부때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혁적인 노동정책 기조를 보여주었던 노동부는 분규해결 방식에서도 5·6공 때와는 한차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일 긴급조정권 발동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신정부의 분규대응정책은 한마디로 「법대로 한다」는 것.
현행법상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노사분규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기조는 노동부가 지난 14일 모처에 보고한 현대그룹 노사분규 대책에서 잘 드러난다. 긴급조정권 발동을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화했던 이 보고서는 「임의조정→긴급조정 등 제도적으로 보장된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공권력 투입→대량구속이라는 과거와 다른 차원의 수습방안」을 제시했고 이 수순은 그대로 적용됐다.
지난 20일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이어 21일 현대정공 창원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됐고 현대정공 울산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현대중공업에 대한 제2의 긴급조정권 발동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공권력을 투입하고 합법을 명분으로 장기투쟁 전략을 끌고갈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정부가 직권중재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절히 사용치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긴급조정권을 성역시 할 필요는 없다』는 말해 앞으로 분규해결을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이 정부의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사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부는 특히 이번 현대그룹 노사분규의 책임이 사용자측에도 크다고 보고 노무관리 진단을 실시,근본적인 분규예방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과거 노사분규의 책임을 노조측에만 돌렸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승부 노사정책실장은 『현대그룹의 이번 분규원인중 하나는 지난해 대선기간중 그룹 경영전반이 느슨해지고 기업조직도 해이해진 것』이라며 『지난해 거의 와해되다시피했던 현총련이 이를 계기로 조직을 재정비했고 이번 분규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김상남 노정기획관은 22일 청와대에서 현대그룹 노사분규의 3대 원인중 하나로 「특정 1인」 지배체제와 전문경영인들의 적극성 결여를 지적,현대그룹 사용자측의 책임론도 부각시켰다.
현대그룹 노사분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어떤 일이 있든 이달말까지는 분규를 해결짓는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출범 첫해에 노사분규로 인한 경제의 주름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8월7일이면 경제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전엑스포가 시작되므로 그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간판기업중 하나인 현대의 노사분규 상황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긴급조정 결정후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일정을 앞당겨 26일까지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27일 중재위원회를 소집,직권중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의 「7월이내 분규해결」 시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야 노동계에서는 이번 현대그룹 노사분규에서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강공책이 바로 신노동정책의 본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노사분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현총련이나 재야 노동계의 대표격인 전국 노조대표자 회의에서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긴급조정권 발동후 대응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인제장관은 취임후 「근로자편에 서는 노동행정」을 강조해왔지만 긴급조정권의 발동으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했고 무노동 부분임금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번 현대 계열사 노사분규에서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철저히 준수되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노사분규는 신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박정태기자>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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