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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의 몸무게/이종재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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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의 몸무게/이종재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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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삼성빌딩은 새벽 6시부터 환하게 불을 밝히고 바삐 돌아가고 있으며 임원들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계열사 임원들은 그룹 비서실로부터 쏟아지는 갖가지 지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다.삼성그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이건희회장의 몸무게일 것이다. 지난 3월말 83㎏이었던 그의 몸무게는 최근 73㎏으로 줄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몸무게가 10㎏이나 빠진 것은 그만큼 그가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이후 로스앤젤레스 도쿄 프랑크푸르트 런던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임원들을 불러 모아 「특별훈련」을 실시했고 지금은 일본에서 각 도시를 순회하며 특별훈련을 실시중이다.

해외 특별훈련에서도 「악명」 높은 것이 이 회장의 마라톤 강의다. 각 계열사의 임직원들로 하여금 현지시장에서 삼성제품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눈으로 확인하게 한뒤 7∼8시간씩 「독설」로 가득한 질타를 퍼붓는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 회장은 24시간 계속 일하고 12시간 잔다』며 그가 전례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마라톤 강의를 들은 한 임원은 『식사를 햄버거로 때우며 8시간동안 계속된 강의를 듣고 나서는 이 회장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의 이같은 변신의 움직임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이후 바짝 엎드려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던 재계나 재벌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던 국민들에게 삼성의 이같은 행보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나름대로 변신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재벌로 불리는 주요그룹들은 경제개발이 급한 정부를 등에 업고 갖가지 특혜의 온상속에 자라왔다. 돈이 필요한 정치권과 권력이 필요한 재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재벌들은 손쉽게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경밀월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돈과의 단절을 선언한 정치권 앞에서 기업들은 생존전략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삼성의 신경제 이식실험은 정경유착,문어발경영 등으로 얼룩진 재벌이 국민의 기업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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