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퇴직후 20여년 산장 지켜/청소년선도·결혼주례등 일화「도봉산 털보」가 타계했다.
20여년동안 도봉산장을 꾸려온 등산객들의 친구 유용서씨(58)가 21일 하오 10시35분 서울대병원에서 간암으로 숨졌다.
유씨는 임종에 앞서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기증했다.
56년 경기고를 졸업한 유씨는 1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72년부터 도봉산으로 들어가 도동산지기가 됐다.
고교 2년때인 54년 동생 창서씨(56·설악산 권금성 산장지기)와 함께 도봉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산에 흠뻑 빠져든 것이 첫 인연이었다.
유씨는 이후 주말이면 동생과 함께 암벽등반,겨울등반,구조훈련 등을 본격적으로 익히며 산에서 살다시피했고 직장생활을 할때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동생이 직장을 그만두고 권금성 산정지기로 나선 이듬해인 72년 도봉산에 들어가는 결단을 내렸다.
간호사이던 부인 조순옥씨(54)가 아들교육에도 지장이 있다며 한사코 말렸지만 산을 향한 유씨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비행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이용되던 산장은 청소년 선도장으로 바뀌어갔다.
72년 산장에서 만난 이후 유씨를 아버지라 부르는 이승율(38)·한상호씨(37)부부는 『당시에는 샘물에 오물을 마구버려 마땅한 약수터도 없고 청소년들이 야외전축을 틀어놓고 광란의 춤을 출만큼 질서가 없었다』며 『아버지가 관리를 맡은뒤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씨부부는 또 유씨가 경제·가정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주례를 맡아 산장서 예식을 치러주는 등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도 앞장섰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90년 8월 서울대병원서 간암수술을 받고 3개월을 선고받았으나 강인한 정신력과 타고난 체력으로 35개월을 버티며 사장을 떠나지 않았었다.
수술후 가족들에게 『장기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기증하겠다』고 말해온 유씨는 10일 재입원한후 암세포가 전신에 퍼진 것을 알게되자 『해부실습 교육용으로라도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겨다.
시신없는 유씨의 장례는 23일 상오 11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유품과 위패가 도봉산 천축사에 봉안돼 유씨는 영원히 산에서 쉬게된다.<이종수기자>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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