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남북대화 재개여부 회의적/외무부/“북한 태도 주시” 신중한 입장/통일원/“북 핵해결 디딤돌 마련” 긍정미국과 북한간의 핵협상 2단계 제네바회담의 결과를 놓고 정부 관계부처간에 평가가 분분하다. 미북 2단계 핵협상은 성공적인가 실패작인가,또는 3단계 회담을 위한 「유보」인가.
이에 대해 정부내 관련부처인 총리실·통일원·외무부간에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당정간에도 커다란 시각차를 노정하고 있다. 더욱이 협상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한반도 핵」의 주변국가인 일본과 중국의 평가마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혼돈」은 이번 미북회담의 결과는 구체적인 결말(북의 핵사찰 수용 또는 회담결렬)을 맺지 못하고 「앞으로 협의키로 한다」는 식의 유보적인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북간에 합의한 것은 세가지이다. 즉 ▲북한은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를 재개하기로 하며 ▲미국은 북한의 원자력발전 방식의 개선에 협력키로 하며 ▲남북대화 진전을 위해 미북이 함께 노력한다는 「향후의 다짐」이 주요골자이다.
정부는 이같은 합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통일원측은 남북대화 재개의 디딤돌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반면 외무부측은 예정됐던 2단계 회담의 일부가 3단계로 이월됐다는 점에서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총리실은 남북대화 재개에 기대를 가지면서도 그 성사여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 전망을 하고 있다.
통일원측은 이번 미북 합의에서 『북한은 IAEA와의 협의를 계속하는 한편 남북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했다』는 약속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회담직후 『회담결과 북한 핵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거의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통일원측은 이번 합의가 『미북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진전을 전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데서 긍정적 평가의 근거를 찾고 있다.
외무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 핵해결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북IAEA간의 협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번 회담이 북한을 완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안에 묶어두는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의 협상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외무부 고위당국자는 『북한과 IAEA와의 관계가 3월12일(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날) 이전으로 복귀한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이 NPT 탈퇴이유로 내세웠던 「미국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제거했기 때문에 중요한 진전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 몫으로 남게된 남북 대화문제와 관련,정부 관계부처간의 입장차이도 적지 않다. 총리실은 남북 고위급회담을,통일원은 북한측이 제의한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 논의를,외무부측은 핵통제 공동위원회의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 관련부처가 이처럼 비교적 긍정적 성과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민자당,특히 국회 외무통일위 관계자들은 「성과없음」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정재문 국회 외무통일위원장과 박정수 전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북한을 NPT체제로 복귀시킨 것 외에 무슨 성과가 있느냐』면서 『이는 이미 지난번 뉴욕의 1단계 회담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듯 외무부는 한승주 외무부장관이 20일 밤 미국의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전화접촉을 가졌음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더 이상 IAEA의 핵사찰을 비켜갈 수 없도록 여러가지 안전장치로 붙들어 매어 놓았다(HoldDown)는 확신을 받았다더라』고 회담의 성과를 부연설명했다.
협상당사국인 미국내에서도 이같은 「혼돈」이 가득하다. 미 정부가 회담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내 매파(대북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즉 미국의 2단계 회담목표인 「북의 핵사찰 수용」에 대한 아무런 보장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수로원자로 교체에 대한 지원만 약속함으로써 이를 빌미로 북한이 IAEA와의 협상과 미국과의 3단계 회담을 흔들어 놓을 경우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북 2단계 회담에 대한 평가는 북한과 IAEA와의 추후협상 양상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현재로서는 「평가유예」란 평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듯하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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