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격상」 동참여부 조율/한 외무,일·중·러 등과 연쇄회담제26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각료회담(AMM)이 23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오는 28일까지 아세안 대화상대국 확대 각료회의(PMC)로 이어지게될 이번 회담은 여느때와는 달리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새로운 경제안보 질서구축을 위한 구체적 논의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 회담에는 6개 아세안 회원국과 이들의 대화상대국인 한국 미국 일본 유럽공동체(EC)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7개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외무장관들이 초청돼,다자간 또는 양자간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의 의제에는 캄보디아 평화정착에 따른 인도차이나반도의 재건과 인권문제 등 많은 역내 문제가 포함돼 있지만 역시 관심의 초점은 아·태지역의 새로운 안보협력체제의 모색이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아세안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경제 및 안보협력의 확대노력과 이에 맞물려있는 미국의 새로운 아·태 공동체 구상의 실현가능성 여부이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최근 일본과 한국방문을 통해 냉전종식후 아·태지역에서의 새로운 질서구축안으로 아·태 경제협력(APEC)를 경제뿐 아니라 집단안보체제로까지 발전시키자고 주창한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아세안 각료회담에서는 오는 11월 시애틀에서 APEC 정상회담을 열자는 클린턴의 제안이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AMM에 앞서 열린 아세안 고위 실무회담에서는 APEC 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아세안의 공동대처 방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중 싱가포르와 필리핀만이 APEC의 확대발전에 찬성을 표시한 반면 말레시아는 반대,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유보내지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소위 「신 태평양공동체」보다는 아세안이 주축이 된 역내 협력의 확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해 말레이시아가 제안한 동아시아 경제협력체(EAEC) 창설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바 있다.
EAEC 창설방안에는 인도네시아가 부정적 입장을 취해 걸림돌이 되어 왔지만 이젠 무엇보다도 미국 참여의 배제가 APEC 확대방안과 EAEC 창설이 미국의 입장에선 서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아세안은 APEC 확대발전보다는 이 지역의 평화안보를 위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지역세력을 끌어들이는 방안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세안의 근간인 동남아 우호협력 조약에 지난해 베트남과 라오스가 가입한데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에 가입을 권고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는 예비회담에서 가입권고안이 거부됐다.
아세안에 반미적 기류가 흐르고 있는 반면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베트남 등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그러나 미국이 아니고서는 지역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인식하고 있어 다소 애매한 상태이다.
이런 점에 비춰 이번 회담에서 아세안이 APEC 정상회담 참여문제에 공통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개별적인 참여」로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한편 PMC에 참가하는 한승주 외무장관은 회의기간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EC·카나다 등 각국 외무장관들과 개별 쌍무회의를 갖고 북한 핵사찰과 경제협력 방안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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