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악명 조선·자동차·전자 약진 반전/재계,시련딛고 변신 성공한 원인분석 분주대우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옛날 대우가 아니라는 말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악성 노사분규에 휘말려온 대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건의 노사분규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짓는가 하면 자동차 전자 조선 건설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약진을 거듭,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는 대우의 변신을 주목하면서 그 동기와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사분규가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거의 40여일간 현대의 계열사들이 분규에 시달린데 반해 대우그룹에서는 현재까지 한건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90년까지 전국을 휩싸이게 할 정도로 악성분규가 일어났던 대우조선은 6일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타결,91년 이후 3년 연속 무분규업체의 전통을 세우면서 「노사분규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었다. 경인지역의 화약고로 인식될 정도로 분규가 극심했던 대우자동차도 20일 임금인상과 관련한 잠정합의안이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돼 현대자동차 분규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2년 연속 분규없이 임금교섭을 타결짓는 전통을 세웠다. 이밖에 대우전자와 대우중공업도 올해까지 5년 연속 분규없이 노사협상을 매듭짓는 귀한 기록을 쌓았다. 전체 21개 계열사중 현재 14개 계열사가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는데 나머지 계열사들도 분규없이 노사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의 달라진 모습은 「무분규그룹」으로의 변신이라는 점외에 대부분의 사업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괄목할 만한 업적신장으로,다른 그룹들이 특히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현대와 기아의 뒤를 쫓기에 바빴던 승용차의 경우,올 상반기중 대우자동차는 내수시장에서 11만4천8백61대를 팔아 전년 동기대비 35.4%의 높은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물론 전체 판매대수에선 아직 뒤지지만 같은 기간 현대와 기아의 승용차판매 신장률이 각각 8.6%,26.3%인 것에 비하면 무서운 상승세임에 틀림없다. 현대가 뉴그랜저 쏘나타Ⅱ 등 신차를 내놓고도 고전한 반면 기존 모델의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둔 대우가 비약적인 판매신장세를 보이자 자동차업계에선 올 상반기 자동차시황을 한마디로 『현대는 울고 대우는 웃었다』로 표현하고 있다. 경쟁사인 기아그룹의 기아경제연구소에서도 격주간 「자동차경제」에 「대우자동차가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는 제목으로 대우자동차의 변신을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전자의 경우도 시장점유율은 아직 삼성전자와 금성사에 처지지만 지난해이후 선두업체들이 제자리 혹인 뒤걸음질치고 있는데 반해 대우전자는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신장세를 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을 92년 20%에서 올 상반기 현재 26%로까지 높여놓았고 특히 공기방울세탁기와 초간편 VTR 전자레인지 등은 30%가 넘는 점유율로 선두에 섰거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80년대 대표적인 부실기업에다 분규기업으로 악명 높았던 대우조선은 올해 황금기를 맞고있다. 올들어 6월말 현재 신조선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무려 1천78% 늘어 사상 최대인 2백31만7천5백톤을 기록했는데 이 물량은 분규몸살을 앓고있는 현대중공업(1백39만6천1백7톤)과 삼성중공업(1백14만2천2백톤) 등 국내 조선 3사중 가장 많을뿐만 아니라 세계조선사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다. 이밖에 (주)대우는 리비아 벵가지건설현장에서 4백만시간 무재해기록을 수립,해외건설 현장으로는 처음으로 노동부장관으로 「무재해은탑」을 수상했고 대우조선과 자동차는 한국능률협회로부터 공장합리화 대상을 받았다. 부산일대 아파트 시장에서는 대우선풍이 일어나 아파트 시장 신참업체로서는 보기드문 인기와 함께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부문에 걸친 이같은 약진으로 올 상반기 대우그룹의 매출액은 12조8천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39.1% 늘어났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매출액 증가율이 목표(30.3%)보다 10∼15% 초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김우중회장의 대통령선거 출마설,최근의 율곡사업 비리관련설 등으로 외풍과 각종 소문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대우가 그 와중에서 어떻게 이런 실적들을 쌓았는지에 대해 대우그룹 관계자들 자신도 딱부러지게 이거다하고 설명을 잘하지 못하고 있고 재계에서도 궁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씨앗없는 열매가 있을 수는 없는 법. 갖가지 외풍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이 의외로 잘 돌아가고 있고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데 대해 경제단체들과 상위 재벌그룹 기조실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원인분석을 하고있다. 4년째 실시하고 있는 관리혁명의 효과,그룹차원의 기술제일주의 선언과 실천,세계경영을 표방한 강력한 국제화 추진 등 새로운 경영전략의 구사가 첫번째로 꼽히는 이유다. 또 이러한 새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한 김우중회장의 달라진 기업경영관을 이유로 꼽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경영의 새바람외에 근로자들로부터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려내자는 합의를 끌어내 근로자들 스스로가 품질향상 생산성 향상에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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