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은 막자” 36일 소모전 매듭/8개 계열사도 해결국면 전망현대자동차 노사분규가 36일간의 우여곡절끝에 사실상 타결됐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가운데 20·21일 이틀간에 걸친 막바지 철야협상에서 잠정안에 합의,조합원 총회의 찬반투표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노조측은 21일 교섭위원 회의와 중앙투쟁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23일 조합원 총회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인데 이변이 없는한 잠정안이 가결돼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최대규모의 분규인데다 자동차 수출차질 등 국민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면서 한달 이상 장기화돼 긴급조정권이란 강경처방까지 내려졌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69년 1월 부산의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이후 처음이어서 문민시대 노동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온 단체협상과 올해 임금협상에 타협점을 찾지 못해 6월15일 노조측이 쟁의발생 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조측은 법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잔업거부와 부분파업·전면파업·정상조업 등 쟁의행위를 탄력적으로 반복하며 회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했으나 회사측은 『노조측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강경노선을 고수,번번이 교섭이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이인제 노동부장관이 6월22일과 16일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울산을 방문,노사의 원만한 교섭을 독려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노조측은 회사측으로부터 이렇다할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자 14일 『15일부터 정상조업을 하되 20일까지 회사측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발표해 분규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을 보였다.
결국 정부는 5·6공에서도 전례가 없어 부담이 컸지만 현대분규로 인한 1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방침에서 20일 「노동계엄령」이라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긴급조정권은 향후 20일간 파업 등 쟁의행위와 직장폐쇄를 할 수 없고 이 기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노사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라 노조측의 불법파업에 대비,경찰 진압병력이 울산으로 속속 투입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21일 총파업」 방침을 밝혀온 노조측은 협상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할 수도 파업을 철회할 명분도 찾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초읽기에 들어간 노사협상은 윤성근 노조위원장(32)이 20일 상오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최대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해 회사측안을 수용키로 하는 등 수정안을 제시해 극적 타결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회사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20일 주간협상은 결렬됐으나 결국 하오 8시40분부터 21일 상오 8시20분까지 정회에 정회를 거듭하는 12시간의 마라톤협상에서 임·단협 일괄타결을 통해 잠정안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이날 잠정안 합의과정에서 회사측은 ▲수당 1만9천원(1천5백원 추가 인상) ▲생산목표 달성시 성과금 1백% 지급 ▲상여금 6백50% 명문화(50% 인상) ▲주거지원금 50억원 추가지원 등을 노조측에 양보했고 노조측은 퇴직금 누진제 등 기타 미합의사항은 앞으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논의한다는 선으로 후퇴해 합의점을 찾았다.
노사 모두 분규상황을 계속 끌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결과였다.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4천억원 이상의 매출손실과 3천억원에 가까운 협력업체 피해 등으로 국가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고 수출차질 등에 따른 기업 및 노조이미지 실추 등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돼 타율적 협상분위기 아래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예년과는 달리 공권력 투입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고 노사간 자율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현대분규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타결은 현재 쟁의중인 현대중공업 등 8개 타계열사 분규에도 영향을 미쳐 현대분규 사태가 전반적으로 해결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사분규가 긴급조정권이란 정부의 강압적인 환경속에서 타결된 점과 관련,정부가 앞으로의 대형 노사분규에도 긴급조정권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를 계기로 국가경제와 국민적 정서를 감안,노사간 명분에 얽매인 소모전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울산=박상준·정재락기자>울산=박상준·정재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