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조건 꼬리단 정치적 타결/미 양보 너무 많아 비난 소지도강석주 북한 수석대표는 19일밤 미·북한 고위급회담을 마친뒤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가)전진적이며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갈루치 미 수석 대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제네바 회담결과가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 기대감을 주는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네바회담은 핵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연 회담이다.
3월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이후 조성된 일련의 긴장국면과 비교하면 분명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초의 뉴욕회담은 예기치 않았던 북한의 NPT 탈퇴를 불충분하나마 원점으로 돌려놓는데 주력한 회담이었다. 이에 비해 14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이번 제네바 2단계 회담은 보다 실질적인 문제,즉 북한 핵문제의 출발점인 사찰문제를 집중 논의한 회담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크게 두가지로 귀결됐다. 하나는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과 관련한 협상을 빠른 시일내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양측이 북한 원자로의 경수로방식 전환에 합의한 사실이다.
두가지는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을 해소하고 핵개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2월 IAEA가 핵폐기물 처리시설로 믿어지는 영변의 두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한 이래 이를 줄곧 거부해왔다. 그러나 IAEA는 이 시설에 대한 사찰은 북한의 신고내용과 IAEA의 분석결과와의 차이점을 규명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의 원자로 전환 발상은 물론 미국의 기술 및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한 절묘한 카드이다. 이 문제는 이번 회담을 난항으로 이끈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졌었다. 미국은 결국 이 문제에 관해 북한측과 논의한다는 선에서 타협했다.
북한은 IAEA와 협상을 갖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대신 경제적 실리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원전교체를 얻어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북한의 명확한 대답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이는 2단계 회담에서도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거부해온 사찰을 단번에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애당초 힘들었다. IAEA의 불공정성과 편파성을 사찰 거부의 근거로 주장해온 북한에는 사찰수락에 앞서 어떤 식으로든 이 주장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즉 IAEA와의 협의가 필요한 것이다.
양측은 결국 타협점으로서 일방의 승리나 패배가 아닌 선에서 정치적 타결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갈루치 대표는 이를 「작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IAEA와 한국과의 진지한 논의를 개시하기 전에는 3단계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함으로써 북한에 시한과 조건을 달았다. 즉 3단계 회담의 시한인 2개월내에 의미있는 진전을 이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제네바회담을 계기로 IAEA로부터 넘어왔던 북한 핵문제는 다시 IAEA로 되돌아갔다. 북한은 일단 사찰협상팀을 IAEA에 파견,공정성 문제를 부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IAEA와의 신뢰회복 차원에서 중단된 임시사찰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IAEA가 요구하는 방식에 의한 특별사찰은 역시 쉽게 수락하려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관련,사찰의 목적은 달성하되 특별사찰 방식이 아닌 사찰방안 등이 절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제네바회담은 당초 기대의 강도에 따라 만족과 불만족,양쪽 모두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단시간내에 해결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진전은 그 나름의 평가를 받을만하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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