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 압력 야당연합 시위무산/부토 전 총리 재집권여부 관심대통령과 총리의 권력대결로 유혈충돌 직전까지 갔던 파키스탄 정국이 18일 두사람의 동반사퇴와 조기 총선결정에 따라 일단 위기를 넘겼다. 군 참모총장 압둘 와히드 칸 장군의 중재에 따른 이번 결정으로 양 진영은 10월 총선,11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샤크 칸 대통령과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대결은 1월 아시프 나와즈 군 참모총장이 죽으면서 불이 붙었다. 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칸 장군을 군 참모총장에 임명하자 샤리프 총리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의 군 참모총장 임명권 및 의회해산권을 없애겠다고 맞섰다. 대통령은 4월18일 의회를 해산하고 총리를 해임하는 것으로 되받아쳤고 이에 총리는 최고재판소에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위헌 심사를 요청했다. 법원은 대통령이 위헌을 저질렀다고 판결하고 샤리프의 복권을 명령함으로써,샤리프 총리는 해임된지 39일만인 5월26일 복권했다.
그러나 승리도 잠시,샤리프 총리는 다시 코너에 몰렸다. 복귀한지 사흘만인 29일 펀자브주정부가 주의회를 해산한데 이어,이튿날 북서변방주 정부도 주의회를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이 나라를 구성하는 4개주 정부는 모두 칸 대통령 진영에 속한다. 샤리프 총리는 지방 장악을 위해 복귀하자마자 각주를 중앙이 직할 통치하는 내용의 의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가 역공을 당했다.
샤리프 총리는 90년 11월 취임이래 경제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예산의 30%나 되는 국방비 부담과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통령과 군부는 보수세력의 두정점으로 반샤리프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3년전 칸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전 총리 베나지르 부토는 이번 싸움에서 대통령측에 섰다. 샤리프 총리 해임직전 칸 대통령과 부토 사이에는 권력분점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토가 샤리프를 버리고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택함으로써 그의 재집권 여부가 앞으로 관심거리가 될만하다.
그가 다시 집권한다해도 군부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총리 양 진영이 18일 타협에 이르게 된 것도 부토가 이끄는 야당연합이 16일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자 군부가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군대를 이동배치하는 위협을 가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군부는 이 나라에서 반세기동안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대통령을 만들고 정치위기 때마다 개입해왔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쿠데타 대신 중재역을 빌렸을 뿐이다.<오의환기자>오의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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