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정·구조개편 가속화 전망/일부 “군지휘체계 훼손” 시각도권영해장관의 사의표명과 반려사실이 알려진 19일의 국방부는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권 장관의 거취는 장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군의 향후진로,방향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권 장관의 사의표명이 설왕설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6일 동생 영호씨(51)가 무기중개업체인 학산실업으로부터 금품수수 사실이 알려지고부터였다.
율곡사업 감사 진행중 차관 재직시절의 관련여부를 놓고 책임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감사원의 무죄석명후 곧 수그러들었다.
동생문제가 터져나온뒤 군 내부에서는 『동생의 일인데다 돈도 돌려줬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온건론과 『장관의 이름이 거론된 것 자체가 군지휘권이 훼손된 것』이라는 강경론이 교차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고민하던 권 장관은 지난 9일 합참회식에서 합참 작전부장 이충석소장(육사 21기)이 자신을 비롯한 군수뇌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 사퇴결심을 굳힌 것으로 군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난 2월26일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4개월여동안 군 개혁과정에서 군 선배 및 동료,후배들이 구속되고 옷을 벗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고민을 거듭해온 권 장관으로서는 자신의 비위혐의가 오르내리는데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반개혁세력의 움직임에 봉착,한계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권 장관의 사의표명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와 각군은 과연 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이 어떻게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려냐 수리냐를 놓고 저마다 사의표명의 배경과 전망을 가늠해보느라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권 장관이 새정부 출범이후 김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군의 개혁을 차질없이 수행해왔으며 경질될 경우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군 개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표 반려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하오 3시께 권 장관이 청와대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어쨌든 다행」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군은 권 장관이 어쨌든 재신임을 받음으로써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재신임은 곧 군에 대한 중단없는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권 장관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군내부의 사정활동과 군 구조개편 등 일련의 개혁작업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와 다른 시각도 엿보인다. 이미 율곡사업 감사의 군내부 일부의 반발움직임 등으로 권 장관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명예에 타격을 입었고 따라서 예전과 같은 군지휘권 행사에는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견해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군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군이 더욱 새롭고 강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때 군이 끼친 폐악과 비리의 잔재를 일소하는데 장애요인은 말끔히 제거해야 하지만 그 방법이 「옷 벗기기」로만 일관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군내부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재신임을 계기로 권 장관을 비롯한 군수뇌부에 거는 기대는 바로 이러한 충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이충재기자>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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