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7·18 총선거」에서 과반수의석의 획득에 실패,38년동안 계속돼온 일당 장기집권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다.이번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인 2백56석에 훨씬 못미치는 2백23석에 그치고 제1야당인 사회당이 선거전 의석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70석이 된 것과는 달리 자민당에서 이탈해 나온 신생당·일본신당·사키가케 등 3개 신당은 1백3석을 차지,일본 정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일본 정국은 55년이후 계속돼온 자민과 사회당의 보혁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자민당과 신보수계열의 다당체제로 바뀌게 됐다. 당장 주목할 일은 제1당인 자민당이 어느 군소정당과 연립정부를 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훨씬 못미치기는 했으나 아직은 일본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건재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대외정책이 급속히 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일본의 유권자들이 자민당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과 정치개혁에 의한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음을 표출한 것이 틀림 없으므로 정책수행 과정에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반부패·반금권정치」를 외치면서 자민당을 이탈한 3개 신당 그룹은 정치개혁의 실현과 함께 「경제대국에 알맞는 정치대국」의 역할을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민당이 어떤 형태의 정권을 창출하든지간에 신생당 등 보수신당 세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이상,이들이 내세우는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대국의 역할 등 「전후정치의 결산」 문제가 조만간 제기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보수신당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치대국으로의 행진이 다름아닌 평화헌법의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신생당의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대표간사도 전후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가능한 정치외교 대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주장은 과거의 죄과를 모르는 젊은 세대의 오만한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영합하는 행태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은 국제평화에의 기여라는 명분아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의 적극적인 발돋움과 함께 PKO 참여를 통한 해외파병 등 군사활동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사회주의 몰락추세와 함께 일본의 사회당이 퇴조하고 있음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일본 사회주의의 퇴조가 오히려 「대일본」을 지향하는 보수신당들의 성장을 가져왔음은 예사로 보아넘길 현상이 아니다. 이같은 보수회귀가 자칫 잘못하면 이웃나라를 침탈했던 군사강국으로 줄달음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정부의 깊은 통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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