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맥스 설치 최신뉴스 체크·조사도/하루 몇차례씩 대통령 만나 현안보고/보이지 않게 활동… 민주계 자주 접촉박관용 비서실장의 집무실 책상위에 보름전 기계 1대가 설치됐다.
연합통신이 제공하는 시시각각의 최신뉴스가 TV 자막으로 나타나는 「인포맥스」이다.
박 실장이 종일 자막을 들여다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긴급뉴스가 있을 때는 신호음이 울리고 뉴스 제목이 자막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그러면 키보드를 두드려 자막에 나오는 뉴스 전문을 읽는다. 이 인포맥스는 청와대에 1대 밖에 없다.
말하자면 박 실장은 청와대에서 기사의 정확도를 떠나 최신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이다.
박 실장이 이 뉴스를 관련 수석비서관에게 전화로 확인하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 실장은 이때 『빨리 조사해보라』고 지시한다.
뉴스 내용에 따라서는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화로 즉시 보고할 때도 있다.
박 실장은 이 인포맥스를 언론계 인사로부터 듣고 즉시 구입했다.
언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통령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박 실장은 새 정부내에서 김 대통령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인사이다. 비서실장이란 자리 때문만은 아니다.
5·6공 시절엔 대통령이 주로 경호실장을 만났고 관련수석을 통해 일을 챙기는 경우도 많았다.
김 대통령도 관련수석을 불러 보고받고 지시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역시 중요사안은 박 실장의 몫이다.
그만큼 김 대통령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문제를 논의하는 상대이다.
박 실장은 상오 7시40분께 출근하면 곧바로 본관으로 가 김 대통령에게 전날의 중요사안을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다.
본관에 조찬행사가 있을 때는 그 시간이 8시 전후가 되지만 이 독대는 하루도 거른 날이 없다. 보고시간은 평균 40분쯤 걸리고 길어지면 1시간 이상이 될 때도 있다.
김 대통령은 이 시간말고도 하루에 몇차례씩 박 실장을 인터폰으로 찾고 직접 본관으로 오도록 할 경우도 많다. 어떤 날은 5∼6차례나 본관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박 실장은 『대통령이 늘 귀를 열어놓고 여러 채널을 통해 여론을 듣고 민심을 잘 파악하고 있어 건의하고 결재받는게 편하다』고 말한다. 뜻이 서로 통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로 미루어 국정 하나하나에 박 실장의 생각이 배어있다고도 할 수 있다.
황인성 국무총리가 주례회동을 요청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박 실장은 겉으로 자신의 비중이나 역할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 스스로 『하도 이름 석자가 나오는 것을 피하다 보니 「비서실장이 있느냐」는 얘기도 있다고 들었다』며 웃는다. 박 실장은 한창 개혁돌풍이 일때 실세니 허세니 하는 얘기들이 나돌자 『힘이란 것은 보이지 않게 써야 힘이지 보이기 시작하면 힘이 아니다』고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박 실장은 상오에 본관 보고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수석회의를 주재,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현안을 논의한다.
이때 박 실장은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명쾌하게 해석하고 처리방향을 제시하는 특장을 지녔다고 수석들은 평한다.
그는 야당시절부터도 현상분석이 뛰어나고 이론적 정리가 가장 잘돼있는 인물로 꼽혔다.
그는 또 국회 통일특위 위원장을 지냈고 남북 국회 회담 대표로 평양에도 다녀온 정치인중 몇 안되는 통일문제 전문가이다. 이 평양행에서 북한의 실상과 그들의 의도를 체득한 탓인듯 남북문제에 있어 다소 보수적인 현실론에 서있다. 정부의 일부 외교안보관련 각료가 이상론에 입각해 진보적인 남북문제 접근법을 쓰려할 때 제동을 거는게 바로 박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실장은 자신이 요즘 씨름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고민이 바로 내 고민』이라고 말한다. 현대분규 해결이나 율곡사업 수사의 매끈한 마무리는 가시적 현안이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부작용없는 지속적 개혁과 경제활성화는 조금은 장기적 과제들이다. 통일문제와 문민시대에 걸맞는 새 안보논리 개발도 당연한 숙제이다.
박 실장은 요즘 심심찮게 들리는 민주계 갈등설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얼마전 서석재 전 의원이 일본에 가기 전날 최형우 전 총장과 나 셋이서 만났습니다. 사정이 있어 못나온 김덕룡 정무장관과는 다음날 따로 만났고요. 대통령을 임기동안 잘 모시는게 가장 중요하다는데 모두 한뜻입니다. 그때 말고도 우린 자주 만나요』<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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