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반 마라톤회의… 막판서 뒤집기/시한·방식등 확실한 보장 결여/미에 과도한 양보요구도 원인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북한 고위급 2단계 회담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2차례 회담으로 결론을 보지 못한채 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16일 본국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뒤 3차 회의 재개를 기대하는 간략한 성명으로 2차 회의를 마무리지은 상태여서 3차 회담의 속개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회담 결렬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으로 급변한 것이다.
레만 호반에 자리잡은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서 열린 2차 회담은 무려 11시간반이라는 마라톤회담으로 진행되면서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극적반전을 거듭했다.
양측은 14일의 1차 회담 직후 『회담이 유익했다』는 표현으로 양측의 입장타진 결과를 평가해 이날 회담에서는 적어도 북한 핵해결의 단서가 도출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회담장 주변의 일반적인 기대였다. 회담도중 양측은 이례적인 중간 성명까지 발표,19일 3차 회담을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에서 갖는다고 밝혀 이같은 기대를 한껏 증폭시켰다.
게다가 미국측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는 『3차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북한측도 『회담이 잘 돼가고 있다』고 강조해 핵사찰 문제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을 부추겼다.
그러나 하오 5시께 입을 맞춘듯 차례로 성명이 발표된 이후에도 회담은 야식까지 들여오면서 5시간이나 더 계속됐다. 어둠이 깔린 하오 9시30분 양측 수석대표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회담결과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회담 재개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앞서의 성명을 뒤집은채 3차 회담장을 총총이 빠져나갔다.
회담장을 둘러싼 낙관적 기류를 비관으로 일거에 뒤집은 순간이었다. 다만 19일 추가회담을 희망한다거나 예견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추가회담에 대한 기대만을 여운으로 남겼을 뿐이다.
분위기가 돌변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이 이번 제네바회담의 관건인 사찰과 관련,북한이 제시한 해결책에 강한 불만을 갖고 북한의 태도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예를들어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찰방식을 제시했다든지,또는 사찰시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결여됐든지 하는 것 등이다.
이와관련,워싱턴에서는 북한이 원자로 형태를 변경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진전이 있었으나 교체의 속도와 미국의 양보범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담이 중단됐다는 정보가 보도됐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중수로형 대신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위험성이 적고 안전성·경제성이 높은 발전용인 경수로형으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기술 및 경제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정은 IAEA의 공정성 시비와 관련한 정치적 해결이 기술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이다. 양측은 아마도 IAEA의 공정성 문제에 관한한 서로의 명분을 살리고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절묘한 해법을 찾아내지 않고는 특별사찰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북한이 특별사찰에 원칙적인 동의를 했으나 막바지 순간에 미국측에 어떠한 약속의 보장이나 대가를 미국측 고려수준 이상으로 요구한게 아닌가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마지막 순간의 반전을 놓고 제네바 회담을 비관적인 결렬로 전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분석된다. 북한은 무엇인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음엔 틀림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담 재개여부마저도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낙관할 수만도 없는 분위기이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더할 수 없이 팽팽해지고 있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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