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박해로부터의 보호를 타국에 요청하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19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가운데 「망명자보호」에 관한 대목이다. ◆포괄적으로는 망명도 해외도피의 일종이지만 양자의 의미는 엄격히 다르다. 즉 망명은 정치적 종교적 및 인종적인 탄압을 면하기 위해 외국에 보호를 신청하고 허용받는 것인 반면 해외도피는 일신상 사정 또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줄행랑쳐 숨어지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명분과 이유가 인정된 망명자는 국제관례에 의해 보호를 받지만 해외도피자는 주로 체류비자나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일단 추방대상이 되는 것이다. ◆망명은 혁명과 쿠데타 또는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 발생한다. 1787년의 프랑스혁명,러시아 공산혁명,그리고 2차 대전전 나치와 파시스트들의 자유인사 및 유태인 탄압 등이 집단망명을 유발케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국제적인 망명자 난민 보호기구로는 2차 대전후에는 국제 난민사무소(IRO)가,51년부터는 국제이민 고등판무관 사무소가 운영되어 오고 있고 67년 유엔총회는 망명자 지위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함으로써 국제관례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상 대표적인 망명은 일제하 해외에서 투쟁했던 항일 독립투사들. 건국후 1950년대에는 김구 안진우 장덕수 암살범 등과 장면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선우종원씨가,4·19후에는 장경근 손도심씨 등이 잇달아 일본에 밀항,망명을 신청했었고 최근의 사례로는 5·18 광주사태의 주역으로 미국서 12년간 망명했던 윤한봉씨 케이스가 있다. ◆법무부는 지난주 1백4명의 해외도피자 명단을 밝혔다. 대부분 거액의 횡령·사취,부정수표 남발 등의 위법자이지만 박태준 김종휘 김용휴 손달용씨 등 전 고위공직자들도 포함돼 씁쓸한 느낌을 준다. 정치적 이유가 아닌 위법을 저지른 인사들이 외국서 숨어지낸다는 것은 나라 체면상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서 마음 졸이며 지내기보다 하루 빨리 귀국,사법적 조치를 받고 불명예를 벗어 나라에 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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