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실상 종결됐다고 한다. 검찰은 걱정했던대로 이번에도 역시 감사원 고발내용에만 맞춰 이종구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뇌물공여자 8명을 불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이같은 결과는 검찰이 감사원이 고발한 비리인사들의 개인적 뇌물수수를 밝혀내는데만 수사를 한정,정치자금 수수흑막과도 연결될 전력증강·무기거래를 둘러싼 구조적 비리의 발본에는 애써 외면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한정수사」 소리를 또 듣게 되기에 이르렀다. 율곡사업 비리같은 망국적 사건을 속시원히 파헤쳐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은 클 수 밖에 없다.
이미 성역없는 감사를 기대했던 감사원측의 석연찮은 권영해 국방 감싸기와 전직 대통령 감사회피에 이어 검찰마저 또 「한정수사」 전철을 밟아서는 시대적 사정의지의 퇴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위세 등등했던 「16개의 별」(전직 장성 4명)이 검찰수사로 한꺼번에 쇠고랑을 차기에 이른 시대적 상징성도 작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 수사의 성과를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권력 상층부의 의사나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검찰 수사권의 한계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검찰수사는 수사착수 초기부터 이 정도의 수사결과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어온 감마저 없지 않다. 『감사원측이 6명을 고발하면서 비리액수 파악 내용만 알려왔을뿐 구체적 비리행태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아 수사도 그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권 장관 동생에 대한 5천만원 제공사실은 감사결과 발표땐 뺀채 검찰에만 알려와 골치 아프다』는 등의 발뺌성 발언들을 앞질러 흘려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해외도피로 기소중지된 김종휘 전 안보수석과 이미 구속중인 김 전 해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구속조치는 유례없이 빨랐다. 또한 진짜 율곡사업 비리의 키를 쥔 재벌기업과 무기중개상에 대해서는 1명만을 표본 구속했다. 나머지는 쉬쉬하며 은밀히 수사한 끝에 뇌물제공이 드러났는데도 무혐의처리하는가 하면 불구속 기소해버리는 기민성마저 발휘한 것이다.
조남풍 전 1군사령관의 경우는 3억원의 수뢰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전역만으로 끝났을뿐 검찰 수사대상에서 함께 오르지 않는 등 불평등 수사 의혹마저 남겼다.
검찰의 이같은 한계·불평등 수사가 초래할 후유증은 자못 심각하다. 아무리 국가기밀 누출위험이 있다지만 율곡사업 비리와 같은 망국적 부정을 국민기대만큼 철저히 반복하지 못함으로써 그런 부정이 잔존할 여지를 남겨두는 셈이 된다. 또 번번이 대형비리의 사정에서 국민적 불만을 사게 되어서는 시대정신과 함께 국민의 개혁 동참의식을 훼손시킬 위험성도 있다. 통치권과 검찰 및 감사원은 이같은 후유증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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