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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재산공개 선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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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재산공개 선언(사설)

입력
199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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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에도 개혁바람이 불어닥치는가. 김영삼정부가 주도해온 위로부터의 개혁은 드디어 불교계의 자정으로 파급되었다. 우리 불교의 대종인 조계종은 절의 재산과 예산을 등록·공개한다고 선언,불교정화의 기치를 분명히 올렸다. 이러한 결정은 불교와 조계종뿐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 전체의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던지리라 예상된다.우리 종교계는 놀라우리 만큼 양의 팽창을 과시하면서,다른 한편 신과 불신,속과 비속을 구분하기 어렵게 혼돈상을 빚어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사찰분쟁이나 교회안의 갈등은 종교의 본질인 신앙과 무관하게 세속적인 싸움을 연상케 하였다. 이해당사자끼리의 이권다툼이나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교계에 대한 자정요구와 필요성은 안팎으로 높았다. 사회가 혼탁할수록 깨끗하고 믿음직한 종교를 바라는 소망은 오히려 치열하게 타올랐다. 그렇지만 우리 종교는 세확장과 자기수호에 급급하면서 이러한 기대충족을 외면해왔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불교는 잦은 사찰분쟁으로 인해 이권투쟁의 인상을 부각시킨 것은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명찰과 대찰은 관광료 수입에 비공개적인 시주마저 엄청나다는 추측으로 불교재산의 사물화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조계종이 내린 재산과 예산의 공개결정은 확실히 의욕적인 용단이며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서의현 총무원장이 밝힌대로 「주지가 절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하고 이로써 스님들의 청정심이 그르쳐졌고 종단싸움의 원인이 되었다」는 말은 뼈아픈 자기반성 자기진단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불교계의 재산공개엔 우려할바가 적지 않다. 사찰과 사찰을 관리하는 승려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며,과연 진실과 신뢰가 보장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사리를 탐하려는 타성이 혹시라도 고개를 든다면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한 사리인 탓이다. 더불어 현재의 조계종 집행부가 얼마나 믿음직스럽게 과다성을 발휘할지도 미지수이다. 공개는 필요하나 더 중요한 것은 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정의 뜻이 아니고 마지못해 하는 공개라면 뜻밖의 후유증을 남길지도 모른다.

개혁과 변화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관행과 타성이 오랠수록 통증은 그만큼 더하다. 진통은 두려워하면 개혁은 기대 못한다. 자기 뼈를 깎는 자정은 한층 어렵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종교계의 자정은 불교나 어느 특정 종파에 국한될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종교는 일찍이 개혁을 선도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정의 노력을 배가해주기를 바랄뿐이다. 이것이 올바른 신앙이 가야할 가시밭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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