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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도 「준법」시대/교묘한 교섭기술… 탈법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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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도 「준법」시대/교묘한 교섭기술… 탈법 사라져

입력
199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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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물파손·구사대 동원 옛날/과격조합엔 자체 징계까지노사분규의 양상이 달라졌다. 교섭기술이 교묘해져 협상 타결속도는 더뎌진 측면이 있지만 파업과 작업장 점거농성,폭력시위 등 노동조합측의 과격투쟁과 사용자측의 구사대동원,직장폐쇄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노사분규의 근원지이자 중심지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지역 현대계열사의 경우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1월 연말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노사분규때 정문을 차단하고 본관점거 농성까지 했던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16일 부분파업을 시작한 이후 철저한 준법쟁의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조합원 1만5천여명이 태화강·학성공원·일산해수욕장 등에서 2시간동안 환경보호운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부분파업을 했고 22일 부분파업때는 1만6천명의 노조원이 야구·족구 등 체력강화운동을 했다.

또 쟁의행위 결의와 함께 회사기물 파손금지와 구사대의 폭행때 무저항대응 등 행동지침을 정해 어기는 조합원은 징계키로 했다.

조합원수가 3만명으로 국내 최대의 단위노조인 현대자동차는 쟁의시작 1개월이 다 됐으나,폭력사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90년 골리앗 점거농성으로 잘 알려진 현대중공업 노조는 매년 파업투쟁때 작업장안에 텐트를 쳐놓고 각종 중장비를 동원,과격시위 양상을 보였으나 올해엔 부서별로 돌아가며 부분파업하는 투쟁수위를 넘지않고 있다.

그런가하면 현대중전기 노조의 경우 지난달 16일 쟁의행위 결의 이후 조합원들의 치아강화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작업중 전종업원이 일제히껌을 씹고 일하는 진풍경을 연출했으며 현대중장비·현대정공 창원공장 등에서는 노조측이 고품질 배가운동 등의 이름으로 작업진행 속도를 늦추는 태업을 벌였다.

이밖에 과거 노사분규 현장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검정색·붉은색 스프레이로 뿜어낸 격렬한 선동구호 등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또 노조집행부의 대자보보다는 일반조합원의 소자보가 담벼락을 지배하고 있는데 내용도 사용자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보다는 임금투쟁의 방향성과 자기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분규현장의 모습이 판이하게 변한 것은 노조나 조합원들이 불법과격 투쟁은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인식했기 때문.

또 문민정부 출범후 일련의 개혁적인 노동정책과 정부의 노사분규 개입자제 노력 등도 노조의 온건·합리노선 견지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재야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부분파업이나 태업 등을 하면서 만든 제품에 불량품이 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과격투쟁을 지양,합리주의의 틀속에서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노동운동이 한단계 성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준법투쟁이 분규를 장기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현대계열사의 분규는 어떻게 수습되는가에 따라 노조측의 투쟁양상 변화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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