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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등록 서류 왜 태웠나/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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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등록 서류 왜 태웠나/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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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침 국회의사당내 소각장에서는 한무더기의 서류박스가 불타고 있었다. 소각되는 서류박스는 무려 40개나 되었다.문제의 서류는 11대∼14대 의원들의 재산등록 현황이었다. 비공개원칙에 따라 금고속에 철저히 보관돼온 재산등록서류들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소각이유는 『법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새로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는 과거 재산등록서류의 폐기조항이 들어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열심히 뒤적이다보면 맨끝 부분에 『이법 시행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기관에 제출된 공직자 재산등록서류는 이법 시행일에 폐기한다』는 부칙 2조 4항이 나온다.

분명 과거서류의 폐기는 나름대로 법적 근거가 있다. 때문에 법적인 하자를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조항이 들어가게 된 진짜이유에 생각이 미치면 법을 개정한 정치권의 도덕성에 회의가 갈 수 밖에 없다. 「옛날 서류를 없애자」는 이례적인 조항을 법에 꼭 넣어야 했을까. 법 개정당시 이 조항에 대한 설명이 없이 쉬쉬하며 처리된 배경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이 물음에 『다 알면서 뭘 묻느냐』고만 말하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부칙조항에 도덕적·정치적 흠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스며들어 있다는 항변이다.

과거서류의 소각은 치부의 소각인 셈이다. 즉 새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확히 재산등록을 하면,구 공직자윤리법 아래서 대충대충 등록한 재산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각조항을 삽입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시의 등록재산이 현재의 재산과 비교되면서 실사되는 것을 의원들이 꺼려했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다.

법개정을 전담했던 정치특위측은 『새법 시행으로 쓸모없어진 서류를 뭐하러 보관하느냐』고 애써 해명한다.

여기에는 『앞으로 잘하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곁들여진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들의 「과거」를 없애기로 한 여야 합의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과거등록서류 폐기조항은 공론에 부쳐져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했다. 개혁입법의 대명사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졸속조항」이 들어있었음은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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