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수뢰수법” “단순거래 불과”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 형제로부터 5억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건개 전 대검 고검장(52)에 대한 첫 공판이 15일 상오 서울형사지법 합의23부(재판장 김황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 공판에서는 이 전 고검장이 받은 돈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전 고검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죄를 주청구로,형법상의 수뢰죄를 예비적 청구로 기소했다.
특가법상의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5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경우 10년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규정,정상을 참작받더라도 5년 이상의 실형을 피할 수 없으며 형법상 수뢰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대법관을 지낸 윤일영변호사,고법 부장판사 출신 서정우변호사,헌재에서 첫 위헌결정을 받아낸 정인봉변호사 등 6명으로 짜여진 변호인단은 『이 전 고감장의 혐의내용이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직무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뇌물로 볼 수 없는 만큼 무죄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형법상 단순 수뢰죄를 예비적 청구로 기소한 것 자체가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자신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측은 이 전 고검장이 정덕일씨(44)로부터 뇌물을 수수할 당시 검찰에서는 슬롯머신 수사를 벌이지 않은 점,차용증을 써준 점 등을 들어 돈을 빌린 것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서 변호사는 『정덕일씨에게 써준 차용증이 이 전 고검장의 재산관리인인 조성일씨(46) 명의로 돼있다는 방증을 수집,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정씨 형제로부터 빌린 5억4천만원을 이 전 고검장이 실제로 갚으려했다는 증거는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고검장 사건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 2과장 황성진 부장검사는 『88년 당시 정덕일씨는 「여러모로 잘 봐달라」며 돈을 건넸고 이 전 고검장은 당시 조직폭력수사 전담부서인 대검 형사2부장이었다』며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린 형식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은 고전적 수뢰유형이며 법원은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전 고검장은 5월29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이후 수염도 깎지않고 하루 1시간의 운동시간에도 불참하는 등 극도의 신경쇠약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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