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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달라진게 없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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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달라진게 없었다(사설)

입력
199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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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열렸던 임시국회가 12일간의 회기를 끝내고 13일 폐막했다.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할 일이 쌓였는데도 시작하자 마자 금방 끝낸 것 같아 마음 한구석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8월 국회가 예약된 것도 아니고 보면 더욱 허전한 느낌이다. 야당쪽에서 회기를 연장하든가 아니면 8월 국회를 소집하자고 제의했지만 여당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상위가 한달에 한두번씩 열려 그때 그때 생긴 문제들을 걸러준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국회가 자주 열리지 못한다는 국민의 불만은 여전한 것 같다. 1년간을 통산해 볼때 열려있는 시간보다는 닫혀있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몇달만에 열렸다고 해도 잠깐이면 문이 닫혀버리고 그나마도 운영이 원만하지 못해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민시대에 와서는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도 해보았지만 과거의 권위주의시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회를 기피하려는 여당의 기본자세부터가 그러하다. 야당이 한달 기회를 주장해도 여당은 언제나 열흘이나 보름정도로 깎아 버린다.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도 아니고,그래서 과거처럼 야당으로부터 정권의 원죄를 공박당할 염려도 없는데 국회 소집에 인색한 이유를 알다가다 모르겠다.

권위주의시대와 비교해 여전한 것이 또 있다. 여야간에 절충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양보를 모르는 여당의 철벽수비와 후퇴를 모르는 야당의 강공은 시대가 달라진 지금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 이번 임시국회만 보아도 그렇다. 15개 안건을 통과시켰다지만 그것들은 처음부터 이견이 전혀 없었던게 대부분이다. 이견이 있는 안건은 모두 협상실패로 다음 기회로 넘어가거나 폐기되고 말았다. 청와대의 영수회담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조차도 성사되지 않았다. 안기부법 개정은 손도 대지 못했고 통신비밀보호법안은 막판에 줄다리기를 잠깐 하다가 금방 손을 놓고 말았다.

국정조사권 발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그리고 12·12,5·17 등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권 발동요구에 여당은 거부로 일관했다. 도대체 국회의 국정조사권은 어느 시절에 가서나 햇빛을 한번이나 볼 수 있게 될까.

국정조사권처럼 숱하게 거론되고 줄기차게 제기된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주 튀어나온 문제가 이것이다. 그토록 번번이 여당의 철벽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만 것도 없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도입된 제도를 이렇게 마냥 사장시켜도 좋은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여당에게 야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사안을 선별해서 한번쯤 국회의 조사권이 어떤 것인지 국민에게 선이라도 보여주는게 새로운 여당의 자세일 것이다.

야당이 과거의 초강경 극한 반대투쟁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온건노선으로 대여관계를 정립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여당도 이제는 다수의 힘으로 독주하려는 습관에서 벗어나 융통성을 지녀야 국회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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