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정치개혁” 한목소리… 유권자들 당황「정치를 바꾸자」 「일본을 바꾸자」 「개혁을 주도한다」지금 일본 전국 거리 곳곳에는 오는 18일의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포스터가 춤을 추고 있다.
각 당마다 개혁의 주인공인양 개혁만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자민당마저 총선후에는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형편이다.
이 바람에 당황하는 측은 유권자들이다. 각 정당간에 정책대결이나 특정문제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는 뜨거운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주권,생활자주권,시장주의」(일본신당) 「일극집중을 배제하고 개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일본으로」(선구) 「정치와 행정을 주민의 몸 가까이에」(사회당)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복지비의 증가와 윤택한 식문화의 유지」(신생당) 등 선거구호들이 비슷비슷하다.
헌법이나 국제평화유지활동(PKO),외교 등 일부 정책에 있어서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차이가 있지만 이 문제 역시 사회당이 비자민 연립정권이 구성되면 자민당의 대외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유권자의 입장에선 정당간의 차별화가 없어진 셈이다.
사회당의 정책담당자는 일본신당의 공약집을 검토한후 『우리당의 공약과 거의 비슷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개혁이라는 대전제를 제외하고는 야당측이 자민당을 공격할 메뉴가 보이지 않자 지난 38년간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해왔다고 비난받던 자민당이 선거유세에서는 오히려 야당측에 공세를 취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와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전 부총리겸 외무장관 등 중진들은 지속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책이 다른 정당간의 야합으로 이뤄지는 연립정권은 정책의 부재로 사회혼란만 초래한다』며 안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또 『군소정당에 의한 사회질서 파괴냐,자민당에 의한 계속적인 경제성장이냐는 유권자의 선택문제』라고 외치면서 사회당과 공명당 신생당 민사당 사민련 등의 비자민 야당 연합전선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자민세력은 『사회당도 국가의 기본방침은 계승할 것을 약속했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대응하고 있으나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다. 그것은 사회당의 본심이 무엇인지 연합전선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정당들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야마하나(산화정부) 사회당 위원장의 태도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표변을 거듭해왔다. 그는 중의원 해산직후 비자민 비공산 야당 연합구상을 발표하면서 자민당 정권의 종식을 위해서 새정권의 총리는 자신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을뿐만 아니라 대외정책은 기존노선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말의 동경도의회 선거에서 사회당이 참패하자 총선에서는 기존 사회당 지지표라도 건지기 위해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하며 사회당의 기본노선을 유지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것이 불씨가 되어 연합세력내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자 야마하나 위원장은 다시 자신의 견해를 뒤집는 등 일관성을 잃고 있다.
일본의 정계개편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총선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집단속의 정책 불일치가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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