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성장·국제수지 3마리 토끼 사냥무리”/「신경제」 정책우선목표 분명히해야/“한꺼번에 포획” 전례없어/욕심낼 땐 부작용 우려도물가도 안정이 되고 성장도 잘 되고 국제수지까지 개선돼 흑자를 내고… 누가나 다 바라는 경제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어느 나라 어느 정부치고 흔히 말하는 이 「세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다 잡고 싶어하지 않는 정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 하더라도 이 3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는데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물가안정 성장촉진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흔히 「3마리 토끼」로 비유되는 주요 경제정책 목표들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없다는게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조사통계 월보를 통해 우리 경제의 과거 사례로 입증됐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성공을 한 사례가 드물지만 특히 과거 10여년 우리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불가능하며 자칫 무리해서 욕심을 내다가는 엉뚱한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성장도 하고 안정도 이룩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새정부의 신경제정책에 경종을 울려주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과욕을 부리면 성장도 안정도 다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한은이 지난 75∼91년 17년간의 통화 금리 환율 등 주요 정책수단과 물가성장 등 정책목표간의 상관관계를 조사분석한 「거시정책효과 분석」에 따르면 시중 돈(총통화)이 5% 증가할 경우,향후 5년에 걸쳐 매년 평균 GNP(국민총생산)는 0.4% 증가하는 성장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대신 물가는 그 두배가 넘는 0.85%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GNP는 통화공급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로 처음 1∼2년 크게 증가하나 3년째부터 물가상승에 따른 수출둔화와 자산가치 하락효과로 오히려 둔화되고 그 대신 물가는 2년 뒤부터 많이 올라 결국 물가상승폭이 성장을 훨씬 웃돌게 된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는 물가상승에 따른 수출증가세 둔화와 통화증가 및 명목소득 증가에 의한 수입증가로 오히려 악화돼 매년 평균 3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내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자금 방출로 정부 소비지출이 5% 늘어날 경우 GNP는 총수요 증대효과로 2∼3년에 걸쳐 매년 0.7%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가 상승,증가폭이 둔화돼 평균 0.61%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물가는 소폭 하락한 뒤 2년째부터 통화수요증가와 환율상승으로 갈수록 상승폭이 커져 평균 0.41% 오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통화공급 확대와 재정자금의 조기집행을 골간으로 한 신경제 1백일계획은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추겨 성장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물가를 자극,안정기반이 약화되고 이에따라 성장기반마저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해진다.
또 환율이 5% 오르면(평가절하) 국제수지가 개선되고(14억달러) 성장이 촉진되지만(1.16%) 대신 물가는 급격히 상승(2.22%)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통화나 재정지출을 늘리면 성장은 회복될 수 있으나 물가가 불안해지고 물가를 잡기위해 다시 지난해처럼 안정화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결국은 감속성장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결론이다.
한은은 물가안정 성장촉진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제각각 반대방향으로 달아나고 있는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무엇을 먼저 잡을 것인가 우선순위를 결정한 뒤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조합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민간연구소의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통화과잉속의 금리상승,투자부진속의 성장회복 및 물가불안 등 이질적 현상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경제상황은 안정속의 성장이라는 이율배반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신경제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통화를 늘리고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있는데다 환율마저 급상승,경기는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 와중에 물가가 불안해지자 궁여지책으로 통화관리 강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이에따라 금리가 다시 공금리 인하조치 이전 수준으로 치솟아 이제는 거꾸로 성장기반을 약화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최근 우리 경제의 실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성장과 안정간의 어정쩡한 조화는 생산현장과 금융시장에서의 혼란 등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니 정부정책의 색깔을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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