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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의 탁아소(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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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의 탁아소(장명수칼럼)

입력
1993.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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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자기 직업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다른 한 여성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다른 한 여성」이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다. 가사정도는 어떻게 꾸려갈 수가 있지만,아기를 낳고 나면 도저히 혼자 힘으로 육아와 직업을 양립시킬 수 없기 때문에,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해진다.실제로 친정어머니들중에는 직업을 가진 딸을 뒷바라지 하느라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고 한평생 힘들었으니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자유롭게 살아보겠다』고 꿈꾸던 그들은 외손자를 키워주느라고 한층 더 일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직업을 가진 며느리를 위해 손자 손녀를 키워주는 시어머니들도 많다. 요즘 할머니들은 옛날 할머니들에 비해서 손자 돌보는 수고를 아끼려는 경향이 있지만,직장을 가진 며느리가 아이들 때문에 쩔쩔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어서 결국 아이들을 떠맡게 된다.

아기를 키워줄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를 갖지 못한 여성들은 어떻게 육아와 직업을 이끌어가고 있을까. 그들은 파출부에게 아기를 맡기고,그 아주머니가 아기를 잘 돌봐주고 있을까,어느날 갑자기 그만두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어린 아기를 남에게 맡겼다는 죄책감도 크고,파출부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자기의 월급과 맞먹기도 한다. 남편들은 또 파출부가 자기 아기를 돌보는 방식에 불만을 품기 쉽고,그것이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젊은 엄마들은 이런 고통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가를 인정하는 직장은 거의 없으므로 몇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시험에 합격했던 직장이라도 결국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은 직장여성들뿐 아니다.

대학 교수들은 대학원의 우수한 여학생들이 결혼하는 것을 늘 걱정스럽게 바라보곤 하는데,대부분 아기를 낳고 나면 공부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아기를 안고와 교수앞에서 엉엉 울면서 학교를 그만 두었다는 학생도 있다.

그래서 어떤 여자대학의 교수들은 학교안에 직장탁아소를 세워 교직원뿐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아기를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자대학들은 자기 학교의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조건속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여성을 고용하는 직장으로서 시범을 보여 다른 직장들을 자극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그 교수들의 주장이다.

그 주장은 옳다. 직장탁아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여러 직장에서 노조나 여성직원들이 탁아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럴 때 여자대학들은 마땅히 시범을 보여야 한다. 졸업생의 취업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졸업생들이 일에서 부딪치는 여러문제들에 대해 친정어머니처럼 도와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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