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안정땐 국제경쟁력 회복/생산성 제고·「품질 제일」 지향을”김영삼대통령은 12일 저녁 유창순 전 국무총리 등 경제계 원로 9명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하며 새정부의 경제정책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약 2시간30여분동안 진행된 이날 만찬회동에서 김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임금수준이 유지되면 국제경쟁력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면서 임금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원로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건의했다.
다음은 이날 대화내용이다.
▲김 대통령=얼마전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진작 여러분을 초청해서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러분의 과거 경험에 비춘 좋은 얘기를 해주기 바랍니다.
▲김준성 전 부총리=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임금과 금리입니다. 임금보다 생산성이 높아야 합니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 90년초 3만9천명이었던 종업원이 지금은 3분의 1로 줄었는데도 생산성은 더 높습니다. 앞으로 각 기업이 종업원수를 더 줄이고 기계화하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금리에 대한 부담도 과감히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정수창 대한상의회장=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경쟁상대국과의 생산성 비교가 중요합니다.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상대국과의 품질비교가 우선이며 따라서 품질 제일주의를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김준성 전 부총리=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억제해서 물가를 잡겠다고 한 것은 핵심을 잡지못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 물가와 경제적 물가는 다르다고 봅니다.
▲김만제 전 부총리=신경제 5개년 계획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입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문제입니다.
▲신현확 전 총리=사정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기가 죽어 일을 피하도록 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기업가 역시 제도와 법규가 문제가 아니라 사기가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지난번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유창순 전 총리=과도기에 있어 일시적으로 불편하고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 현상에 겁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길게 보고 나간다면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한빈 전 부총리=정부는 경제 숫자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장률이 6% 이내라도 좋습니다. 건국이래 정치적 국제적 환경이 이처럼 안정적인 때는 없었습니다.
▲이현재 전 총리=금융실명제의 경우 제도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으며 관행으로 굳어져야만 한다.
어느날 갑자기 단행되는 제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차라리 금융 또는 세제면에서 실명이 이뤄지도록 단계적으로 실명화가 돼야 합니다.
▲남덕우 전 총리=신경제 5개년 계획은 잘돼있으나 각 부처간 이해와 집단간의 이해상충으로 정책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협의조정 독려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주요사업 몇개만 조정 독려하고 나머지는 이같은 기구에 맡겨야 합니다. 감사는 회계에 대한 감사에 국한하고 정책판단에 대한 감사는 해서는 안됩니다.
▲김 대통령=경제는 하루 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최근 국민들 사이에 개인 또는 집단중심으로 불평이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긴 안목으로 변화와 개혁을 대담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깨끗한 정부를 계속 이뤄나갈 것입니다.
공무원들 사이에 무사안일 풍토가 있지만 열심히 일하도록 풍토를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다가 실수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여건은 매우 좋습니다. 울산의 현대문제도 곧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자동차 조선 등은 수요를 못따르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면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