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전망이 투매 부채질/계속 하락땐 ERM 붕괴 불러독일 마르크화와 함께 유럽환율체계(ERM)를 지탱시키고 있는 프랑스 프랑화의 가치가 폭락,지난주말 ERM 하한선에 육박하면서 유럽통화제도(EMS)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졌다.
발라뒤르 프랑스 총리는 9일밤 성명을 발표,프랑스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다해 ERM내에서 프랑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프랑화의 가치하락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라며 프랑스가 결국 ERM을 탈퇴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프랑화는 8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마르크화에 대해 3.399를 기록하더니 9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3.40으로 폭락했다. ERM내에서 프랑화의 대마르크화 환율 하한선은 1마르크에 3.433인데 주말의 프랑화 가치는 이 한계치에서 불과 3상팀(1백분의 1프랑)이 높은 위험수위다.
ERM이란 EMS에 가입한 유럽 각국간 화폐의 환율변동폭을 인위적으로 제한,통제하는 장치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강한 투매압력을 받고 있는 프랑화를 사들였다. 화폐가치를 지키기 위한 프랑스 중앙은행의 개입은 지난 5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번 프랑화의 위기가 당장 지난해 9월 프랑스의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을 앞두고 영국 파운드화와 이탈리아 리라화의 ERM 탈퇴를 가져온 유럽통화 위기와 비슷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프랑화는 페세타(스페인),에스쿠도(포르투갈),푼트(아일랜드) 등 시장의 힘에 못이겨 차례차례 평가절하를 감수해야 했던 EC내 약세통화와 달리 마르크화와 함께 ERM의 축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의 가치폭락은 중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만약 프랑화마저 외환시장의 압력에 못이겨 무너진다면 이는 곧바로 ERM의 붕괴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를 기초로한 금세기내의 유럽화폐통합도 당연히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프랑화의 가치하락은 지난주초 정부 통계당국이 발표한 올해의 비관적인 경제성장 전망으로 촉발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침체일로인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프랑스정부가 멀지않아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외화투자가들이 전망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현 우파정부는 프랑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경제성장을 희생시켰던 사회당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일의 분데스방크가 과연 지난해 9월 유럽통화위기 때처럼 프랑화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무한정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환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프랑스정부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면 이에 앞서 독일의 분데스방크에 마르크금리를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독일이 연말까지 주요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이다. 이 때 프랑스는 어쩔 수 없이 마르크화와의 연계를 끊고 유럽환율체계에서 탈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콜 독일 총리는 동경 G7 회담에서 프랑화의 가치하락이 분데스방크에 금리인하 압력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프랑화는 아직 납득할만한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지않은 금융전문가들은 오는 가을께 지난해와 같은 유럽금융시장의 일대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번에는 프랑화가 될 것이며 최근의 프랑화 가치하락은 이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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