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인 포천지와 비즈니스 위크지가 최근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와 세계 대기업 현황은 우리나라 재벌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포천지가 지난 6월28일자 특집을 통해 세계 억만장자(빌리어네어) 1백1명을 발표한데 이어 비즈니스 위크지(7월12일자)도 세계 1천대기업을 선정,발표했다.
우리의 관심은 우리나라 기업이나 기업인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느냐이다. 세계 갑부대열에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29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49위) 등 2명이 포함되어 있다. 빌리어네어는 이외에도 많다. 포천지가 지난해처럼 억만장자의 기준을 재산 10억달러 이상 소유자로 했더라면 최소한 3∼4명의 재벌총수가 이 대열에 더 끼였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정·신씨외에 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5명의 재벌총수가 세계 갑부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천대기업에는 한국기업이 하나도 끼지 못했다. 같은 개도국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7개 기업이,싱가포르는 5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세계적 갑부는 여럿 있지만 세계적 대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위상을 생각할 때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지난 8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GNP)는 세계 40위이고 1인당 GNP는 세계 15위,교역량은 세계 12위나 된다. 세계적인 갑부가 많다고 하여 반드시 경제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국왕이 세계 제1의 갑부자리를 몇년째 고수하고 있는 부루나이 등 세계 갑부가 수두룩한 산유국을 경제선진국이라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미쓰이,독일의 지멘스 벤츠 등 명실상부한 세계적 대기업의 총수는 우리나라 재벌총수와는 달리 세계 갑부 대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소유분산과 업종전문화를 통해 재벌기업을 세계적 대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대재벌정책이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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