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움츠림」 끝내고 서서히 활력 회복/정부정책 강도높은 비판등 제모습 보여국회가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근 5개월여동안 강한 개혁바람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정치권이 이번 임시국회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의 임시국회 때만해도 들릴듯 말듯했던 국회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완연히 달라져 소음이 섞일 정도로 커졌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감사원장,그리고 재야만이 살아있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침체해 있었다.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누구 하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이를 입밖에 꺼내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때 제1백62회 임시국회는 비록 회기 12일의 「미니국회」였지만 개혁정국에 상당한 의미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전초에 불과해 미흡한 수준이라고도 말할 수 있으나 국회가 「정치실종의 상황」을 끝내고 「정치의 장」으로 복귀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 2개월뒤 열리게 되는 「개혁시대」의 첫 정기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는 역량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의 달라진 모습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여야 모두 개혁의 성과와 문제점,추진방향을 놓고 정부측에 수위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임시국회 때 『개혁을 높이 평가하며 꼭 성공해야 한다』는 총론적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이 강도높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초기에 반짝했던 개혁이 이제는 「거품개혁」이 됐다』 『기득권 세력이 개혁을 악용,개혁의 후퇴조짐이 엿보인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등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도 종전처럼 「개혁예찬론」만 늘어놓지 않고 야당과 함께 활발한 논의에 참여했다. 『현 정부의 개혁이 일시적 조치로 끝나면 반드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수구세력의 조직적 반발이 있을 것』 『개혁정책을 주도해야 할 내각의 개혁의지가 약하다』는 등 발언은 예전의 여당 의원들이 쉽게 하던 말이 아니다.
또 비록 4일간의 짧은 상임위 활동이었지만 율곡사업 감사,평화의 댐 건설,카지노업계 비리,현대 노사분규 사태,사법부 개혁,신경제 5개년 계획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상투적인 여야 대립의 양상보다는 여야가 같이 정부를 추궁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
물론 정치권의 최대현안중 하나인 「정치관계법」 협상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실무적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를 계기로 「야당의 정치공세여당의 맞대응」을 되풀이했던 국회가 정부 견제의 역할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국회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원들 스스로가 개혁정국과 문민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회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6월의 명주·양양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대선패배와 지도체제 교체에서 온 무기력을 극복,정치적 활력을 되찾는 전기를 맞은 셈이고 민자당도 그동안 「소수의 독주」에 눌려있었던 사정·공화계의 다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때문에 보선직후 있는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는 그동안 정치적 균형을 이루지 못했던 여야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 했고 국회의 기능활성화가 합의되기도 했다.
이와함께 새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일정 시점을 넘기면서부터 군데군데에서 불협화음과 미흡한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정치권이 되살아나는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몇가지 예민한 현안에 대해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고 여야가 똑같이 수구세력의 반동가능성을 연상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하겠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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