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선정·구매 곳곳 「검은돈」/“한건 하면 평생보장”… 인·학연 총동원검찰이 12일 율곡사업 비리 본격수사에 나서 무기선정 및 구매과정에서의 검은돈 거래가 어느 정도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1차로 감사원 특감에서 군고위관계자에게 금품을 준 것으로 확인된 무기중개업체와 방산업체 관계자 12명을 소환·조사했다.
이들 무기중개업체와 방산업체들은 신무기 중개와 방위산업을 주도해온 업체들로 사실상 처음으로 수사대상이 됐다.
특히 코버씨즈통상,학산실업,AM코퍼레이션 등 무기중개업체들은 율곡사업 추진과정에서 영업 실적이 두드러진 곳으로 그동안 무기중개과정에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업체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방부 조달업체로 지정된 67개 업체를 포함,1백여업체가 무기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 무기중개 실적이 있는 업체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적게는 수백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수억원달러규모의 무기거래에서중개상들이 공식·비공식으로 받는 커미션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로 알려지고 있다.
『한건만 건지면 평생을 보장받는다』는 무기중개시장의 말이 상징하듯 무기중개상들은 「한건」을 위해 인맥·학맥 등을 총동원,치열한 로비전을 벌여왔다.
이같은 치열한 로비전은 비밀리에 추진되게 마련이어서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많았고 검은돈 거래규모도 세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버씨즈통상은 국내최대 무기중개업체중 하나다. 이동로회장(육사 13기)은 80년대 후반 무기중개업에 뛰어든 이후 국내 도입무기의 절반이상을 중개한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무기중개 시장의 거물이다.
코버씨즈통상은 88,89년 2년동안 모두 1억8천7백만달러의 중개실적을 올려 2백83만달러를 벌었다.
이같은 실적은 현재 미국에 체류중안 이 회장의 뛰어난 로비실력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K1전차(88전차)의 포수조준경,레이더기지 공격용인 함재미사일,전투기용 적외선 레이더 등을 중개했으며 최근에는 공격용헬기 아파치·패트리어트미사일의 중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상훈 전 국방장관과 친하며 육사 동기인 최세창 전 국방장관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과 엔진을 주로 취급해온 학산실업은 육군의 탱크와 해군함정 등에 엔진을 납품해 87∼89년 3년간 4천만달러의 중개실적을 올렸다.
해군인사 비리때 대검 중수부에 구축함 부품구입건으로 김종호 전 해참총장(구속)에게 5천만원의 뇌물을 준것이 드러났으며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 재직때에도 요격미사일 감지장치 등의 선정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국의 스팅거미사일을 제치고 프랑스제 보병용 지대공 미사일 미스트랄을 육군애 납품한 AM코퍼레이션은 항공기 탑재무기와 관련해 한주석 전 공참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무기중개업체들은 그동안 중개시장에서의 검은 돈거래가 거론될 때마다 지목받았던 업체들이 적지 않다.
검찰은 (주)대우·삼성항공·대한항공 등 방위산업체도 군고위관계자와의 유착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방산업체로 회사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된 삼양화학(회장 한영자·58)은 조명탄 등 90여가지 방위산업 품목을 생산해 왔으며 이종구 전 국방장관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있다.<조희제기자>조희제기자>
◎대검·국방부 표정/“언론에 새면 수사차질” 보도진 전면통제/권 장관등 수뇌부 잇단회동 긴박감 역력
○…대검 중수부는 12일 무기중개상 및 방산업체 관계자 소환에 앞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수사전략을 숙의하고 소환조사중에도 잇따라 회의를 여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중수부 1,2,3,4과장은 수시로 중수부장실로 가 조사상황을 보고하는가 하면 김 중수부장은 8층 총장실과 차장실을 드나들며 수사진행상황을 보고했다.
○…검찰은 소환대상자들이 도착하는 즉시 15층 특별조사실로 안내한뒤 철문을 걸어잠갔고 중수부 과장들의 사무실이 있는 12층에 상오 9시께부터 경비원을 배치하고 취재진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검찰은 이날 소환한 12명중 대한항공 고인규이사(56) 등 10명은 하오 7시께 돌려보냈으며 삼보에이스 대표 정길원씨(49) 등 2명은 13일 새벽까지 조사했다.
○…감사원에서 고발한 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6명은 검찰소환에 앞서 대부분 『직무와 관련된 뇌물은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동생의 사돈인 삼양화학 대표 한영자씨(58·여)로부터 동생의 사업자금으로 2억원을 받았으나 직무와 관련된 뇌물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발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직무와 관련된 뇌물임이 드러나면 액수다과에 관계없이 전원 구속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이날 대검에서 청와대에 파견된 배재욱비서관이 들러 검찰측과 의견을 교환,사안의 비중을 실감케했다.
검찰 관계자는 『율곡사업이 74년부터 시작된 장기적인 군전력증강 사업인데다 40조원이 투입될 정도의 맘모스 국책사업』이라며 『청와대가 검찰의 비리규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12일 감사원으로부터 율곡비리 감사자료를 넘겨받은 국방부는 아침부터 권영해장관을 비롯,관련 군수뇌부들이 잇달아 회동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였다.
김홍열 해참총장이 이날 상오 국방부에 들러 권 장관을 만난데 이어 이준 군수본부장도 국방부를 다녀가 현역장교들에 대한 수사와 인사조치가 임박했음을 느끼게했다.
군 관계자들은 감사자료에 현역장교들의 금품수수 내역이 다수 포함돼있어 징계차원을 떠난 군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했다.
각군도 비위혐의를 받고있는 소속 장교들의 명단을 통보받고 수시로 국방부와 협의하며 처리방침에 고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비위 현역장교들의 명단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국방부로서 사후조치에 고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문책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충재·장현규기자>이충재·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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