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자중개상등 소환… 금품성격 확인/국민시선군사기 사이 사법처리 수위 고심검찰이 12일부터 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6명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방산업체 대표·무기중개상 등 12명을 소환,조사함으로써 율곡사업 비리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이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9일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감사결과를 정밀 분석한 끝에 이 전 장관 등 6명의 금품수수행위가 직무와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이 전 장관 등 6명이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특정무기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수사 실무상 필요하다는 얘기다.
검찰의 이같은 판단은 감사원의 감사자료가 어디까지나 『군수뇌부들이 율곡사업 추진과정에서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수준일뿐 범죄사실 그 자체로 특정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밝혀낸 액수는 무기도입에 관한 결정권을 갖고 있던 국방장관·각군 참모총장 등 군고위관계자들의 개인계좌를 역추적해 방산업체 등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을 의미한다.
즉 율곡사업 과정에서 무기선정 등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돼 수수했는지,방산업자 등으로부터 의례적으로 건네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구별없이 「재임기간중 관련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뇌물」이라는 시각에서 추정된 금액인 것이다.
감사원이 수뢰액에 포함시킨 돈중에는 방산업자 등이 특정인을 선정,장래를 기대하며 율곡사업과 관련없는 직책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제공해온 금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율곡사업의 결정권자들이 방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행위 자체만으로 뇌물죄는 성립될 가능성이 높지만 율곡사업과 구체적 연관없이 의례적으로 받은 금품까지를 뇌물액에 포함시킬 경우 당사자 및 군관계자들이 반발할 여지가 크다는데 검찰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직무관련성의 입증에 몇가지 난점이 있어 이 전 장관 등의 수뢰액은 감사원 고발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며 『수뢰액이 줄어들 경우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받게 될 상황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선 검사결과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상들을 먼저 소환,제공한 금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수뢰혐의자의 「직무관련성」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검찰의 소환 조사대상자로 분류된 업자들은 코버씨즈통상(회장 이동로),AM코퍼레이션(대표 이영우),학산실업(대표 정의승) 등 12개 업체 관계자 40여명선.
검찰은 이들 업체로부터 이 전 장관 등 6명에게 자금이 흘러갔음을 증명하는 감사원의 계좌추적결과를 토대로 율곡사업의 세부 무기선정과 관련해 제공된 금품액수를 특정한뒤 이 전 장관 등 6명의 사법처리 단계에서 수뢰액을 최종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의 또다른 장애는 이 전 장관 등의 수뢰혐의 입증에 결정적 열쇠를 쥔 방산업체 대표 등이 해외로 잠적했다는 점.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양화학 대표 한영자씨(58·여)가 지난 4월 출국,귀국하지 않고 있는 등 상당수가 도피한 상태여서 준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은 고발된 6명의 수뢰액을 특정하는데 있어 고려할 사항들일뿐 사법처리 자체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성질은 아니라는게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한때 성역으로 존재해온 율곡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적 시선과 군의 사기를 동시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검찰이 내면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고민이라 할 수 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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