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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동반관계 공고히/클린턴 방한 성과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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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동반관계 공고히/클린턴 방한 성과 전문가 진단

입력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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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공조」 구체 일정표 마련 향후 과제/아태지역 경협중시 미 입장확인 의의/금융·농업·지소권분야 개방요구는 계속될듯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속에서 한미 양국관계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 북한 핵문제 등 현안을 다룬 정상회담과 새로운 아·태시대를 지향하는 클린턴 미 대통령의 「신태평양 공동체」 제안은 한미 양국뿐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는 11일 상오 안병준 연세대 교수와 김승환 미 조지타운대 교수를 초청해 긴급좌담을 갖고 이번 정상회담 및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관계와 아·태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편집자주>

▲안병준교수=클린턴 방한의 의의부터 우선 얘기해봅시다.

▲김승환교수=무엇보다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뒤 첫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얼마전 미국 고위관리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미 대통령이 한국관계에 대해 정식 보고를 받는 것은 1년에 겨우 2∼3차례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 생각보다는 미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한반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지요.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후 얼마되지 않아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대통령과 만나 한반도와 아시아 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은 획기적입니다.

▲안 교수=방한의 우선적인 의의는 두 대통령간에 신뢰감이 형성되고 공감대가 구축되었다는 점입니다. 또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한 안보문제는 물론 경제문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동반자관계를 확고히 했습니다.

▲김 교수=북한이 핵무기 개발저지를 위한 방향과 기본원칙이 합의된 것도 눈에 띕니다. 이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확고한 대응책을 수립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되었지요.

▲안 교수=올바른 지적입니다. 초미의 관심사인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습니다. 그럼 북한의 핵문제를 되짚어 보지요.

▲김 교수=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의 대북 핵정책이 정부 출범초기에 다소 혼선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동맹국보다 동족이 우선이라고 밝힌 부분을 놓고 미국측에서는 한국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던 거지요. 그러나 그뒤 김 대통령이 영국 BBC 등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밝히는 등 단호한 입장을 밝히자 다소 안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다행입니다. 오는 14일 제네바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정부의 확고해진 입장에 힘입어 북한에 대해 강한 액션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 교수=양국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공통시각으로 마련된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김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입니다. 이 발언은 향후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간 의지의 싸움입니다. 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표명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기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동의한 것입니다.

▲김 교수=몇개월전만해도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이 당사자인 한국보다 더 강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정부가 더욱 강경한 입장이 되었고 이러한 방향은 올바른 것입니다.

▲안 교수=한미 양국은 이번에 북한의 NPT 탈퇴 유보가 아닌 완전복귀,북한의 NPT 복귀후 IAEA 핵사찰 수용,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의거한 남북 상호 핵사찰이란 3가지 원칙에 합의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관해 타임테이블(시간표)을 수립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포기를 종용해가는 것입니다.

▲김 교수=시간표를 마련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구체적 해결의지 표현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정부는 이 문제를 한반도내의 문제로 보지만 미국의 입장에는 플러스 알파가 있습니다. 즉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하면 제3세계에 핵개발 명분을 줘 지구상에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거지요.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도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과 관련해 북한의 지연술책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14일의 제네바회담에서는 북한의 「우물쭈물」하는 식 미루기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 교수=이번 제네바회담에서 북한이 협상을 지연시켜가며 핵문제를 담보로 한국을 건너뛰어 미국과 팀스피리트훈련과 미군철수 등을 놓고 정치협상을 시도할까 우려됩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한미 양국이 확실한 공조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 시도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 교수=동감입니다. 시간표를 마련해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어쨌든 북한이 핵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때 미국은 경제제재 등 강경대응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안 교수=클린턴 대통령이 제의한 「신태평양 공동체」로 화제를 돌려볼까요.

▲김 교수=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에서도 비슷한 제의를 했지만 우리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아·태지역의 경협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한국에서는 안보협력체 성격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어쨌든 미국의 새 대통령이 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같은 제의를 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82년 당시 전두환대통령이 비슷한 개념의 환태평양 정상회담을 제의한바 있지만 그때 미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 GNP의 5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현실적 중요성을 클린턴 행정부가 재인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안 교수=미국이 이같은 제의를 한 이유는 우선 세계경제의 블록화 경향에 대한 이 지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블록화에 반발하는 아시아국가들에 대해 NAFTA는 개방적 지역주의일뿐 자유무역주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냉전 해소이후 불확실해진 이 지역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즉 아시아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입장표명인거지요. 물론 다자안보라고 해서 기존의 양자관계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보완하는 측면이 강하지요. 다자간의 군사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은 어렵다고 해도 적어도 비공식 입장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외교도 과거 양자관계를 중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다자외교와 양자외교를 조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미국도 50년대 이후 쌍무적 외교관계를 중심으로 안보 및 경제정책을 펴왔으나 최근에는 다자간 외교를 중시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 교수=이번 정상회담에서 안보 못지않게 통상문제에 대한 시각이 정리됐다는 점도 평가할만 합니다.

▲김 교수=통상문제가 큰 쟁점이 없었기 때문에 안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수적 의제가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80년대 중반만해도 한국의 대미흑자 때문에 미국측의 불만과 압력이 드세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측이 흑자를 내고 있어 한미관계를 저해할만한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금융시장 개방이나 영업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 정도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안 교수=당분간 통상마찰은 수그러들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금융·농업 시장개방과 지적소유권 등에 대한 개방요구는 계속 될 것입니다. 경제는 서로 주고 받는 대등한 관계인 만큼 감상적인 생각은 금물입니다. 경제문제 협상을 제도화하기 위한 경제협력 대화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이번 정상회담은 정권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비롯,주한미군 남북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한미 양국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점은 앞으로의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한은 이제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려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가며 대북관계를 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북한 접촉에서 한국이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안 교수=김영삼대통령도 그동안 국내문제에 몰두해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국제문제에 대해서도 지도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남북한 관계 및 북한 핵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새 정부가 외교안보에도 관심을 갖고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정책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랍니다. 특히 대북한 문제는 실험이 아닌 만큼 신중히 다뤄져야 합니다.

▲안 교수=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의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정립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국가관계란 기본적으로 국가이익에 근거한 관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냉엄한 현실감각을 갖고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이해하고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정리=정광철·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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