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출범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기초와 광역으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실시되긴 했지만 두선거가 모두 91년 상반기안에 치러졌기 때문에 이제 지난 2년을 조용히 되돌아 볼때가 아닌가 한다.「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그동안 활동해온 각급 지방의회와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지방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생업과 의정활동을 함께 꾸려가느라고 노력한데 대해서는 일단 그 노고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수입은 없는데도 선거구의 경조행사나 입법 자료수집 등에 나가는 지출은 피할 수 없었던 개인적 고충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행정기관의 독주와 전횡을 견제하고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했다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는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의원들의 자질부터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각종 이권개입,인사청탁으로 비리의 주인공이 되어 쇠고랑을 찬 지방의원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자기 고장과 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본자세와 도덕성 공공성의 인식이 결여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또 무보수 명예직임을 처음부터 너무나 잘알고 있으면서도 「특별 판공비를 달라」,「보좌관제를 신설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여론에 밀려 물러난 적도 있었다.
서울시 의회의 경우,지난 92년 10월 시민건강 보호를 위해 담배자판기 설치를 전면 규제하는 조례안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쳤다가 아직까지도 조례안을 처리 못하고 우물쭈물하는가 하면 어떤 지방의회에서는 위원장과 간사 2명만이 모여 추가 경정예산안을 처리한 일도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아직 출범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경험부족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변명하기엔 너무나 상식에 어긋난 짓들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런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는데 바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우리는 지금 서울시의회에서 보고 있다.
시의회 상임위원장 자리 10개를 자민당에서 몽땅 차지하려하자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집단으로 사퇴서를 제출한 최근의 사태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문민시대에 걸맞지 않는 파행상이다.
서울시의회의 민자당 의원들은 의장후보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중앙당에 지명을 요청하는 소극을 벌인 일도 있었다. 자치는 곧 자율과 자결을 의미하는 것인데 타치와 타율을 스스로 자초하는 모습에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수당이라고 해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몽땅 독점한다는 발상도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의석비율에 따라 안배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반 2년을 철저히 반성한다면 후반 2년은 보다 개선된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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